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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월세 신고제

입력
2019.03.04 18:00
수정
2019.03.04 18:4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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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진을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만회하려는 정책을 썼다. 하지만 대놓고 부동산 부양책이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켕겼기 때문에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신경을 썼고, 그러다 보니 겉과 속이 다른 기만적 정책명들이 속출했다. 일례로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은 실제론 주택담보 대출로 돈 풀어주고 주택 매매 관련 세금 줄여주는 조건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된 셈이다. 그 와중에 부동산 거품이나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는 철저히 무시됐다.

□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에서도 가장 기만적인 것은 2014년 2월에 발표된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었다. ‘2차 전월세 대책’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명목상 취지는 당시 ‘대란(大亂)’이라고까지 불렸던 전세 등 임대주택 품귀 및 가격 앙등을 누그러뜨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묘했다.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되게 하려면 민간 임대사업자가 육성돼야 한다며 임대사업자에게 대대적인 대출과 세제 지원책이 마련됐다.

□ 옛날로 치면 소작농들이 빌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자 농사지을 땅을 공급한다며 부자들에게 땅을 더 많이 사 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어처구니없는 대책을 마련한 셈이다. 또한 주택 임대사업의 전반적 기대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다주택 보유를 장려하기 위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유도했다. 전세 대출 축소, 임차인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전환, 월세 1개월 분 직접 지원 등이 월세 전환 유도를 위한 대표적 조치였다. 하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용만 급등하게 됐다.

□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비록 엉망이었지만 특기할 대목이 없지 않았다. 그게 바로 ‘주택 전월세 신고제’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료 급등 제한, 임차인 보호, 임대소득 과세 편의 등을 위해 방안에 포함됐으나 임대사업자 등의 반발에 밀려 시행이 무산됐다. 최근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다시 추진 중이라고 한다. 신고제를 하면 임대사업을 꺼려 공급이 줄고, 임대료가 오를 것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다주택 수요가 줄어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이젠 정부ㆍ여당도 보다 적극적인 토지공개념을 추구하는 만큼 전월세 신고제 시행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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