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정근우의 도전
한화 정근우(37)에게 2019년은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의 정근우를 만든 2루수에서 중견수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2005년 SK 입단 후 골든글러브를 세 차례(2006ㆍ2009ㆍ2013) 받았고, 국가대표로도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등 2루수로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는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고 더 이상 자리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보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수비 범위가 넓은 후배들이 2루를 지키는 게 팀을 위해 더 도움이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도 누가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외야수 글러브를 챙겨갔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혹시 모르게 내야에 공백이 생길 것도 대비해 내야수 글러브와 1루수 미트까지 챙겼다. 한용덕(54) 한화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피하지 않는 모습이 매우 고맙다”며 정근우의 ‘중견수 도전’을 적극 밀어주기로 했다.
4일 한화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만난 정근우는 “과거 2루수를 볼 때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면서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이 엄청 잘해줘서 처지면 안 될 것 같았다”며 “팀에 워낙 애착이 많은 만큼 최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로에서 붙박이 2루수로 시즌을 시작한 정근우는 지난해 5월 수비 불안을 이유로 충격적인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루수로 39경기에서 9개의 실책을 쏟아내자 한 감독은 ‘2루수 정근우’를 머릿 속에서 지우고 강경학(27)-정은원(19)을 중용했다.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진 정근우는 외야수 훈련을 받았고, 주전 1루수 김태균(37)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야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1루수를 맡기도 했다. 긴 시간 동안 최고의 2루수로 군림했던 만큼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팀의 방향성을 따랐다.
정근우는 “과거를 생각하기 싫었고, 젖어 있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아내와 지인들이 ‘새로운 도전을 열심히 해보면 어떻겠냐’는 말도 많이 해줘서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얼마 안 걸렸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시즌 2군 생활을 떠올리며 “프로 초창기 때 내야든, 외야든 1군 경기에 뛰어보려고 발버둥쳤던 기억이 났다. 김성래 2군 타격코치님의 ‘신인 같은 자세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언을 듣고 한번 더 도전 해보자는 마음들 굳혔다”고 설명했다.
정근우는 캠프 기간 중견수로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이날도 SK와 연습경기에 1번 중견수로 3이닝을 소화하며 자신에게 날아온 플라이 타구(2회초 최항ㆍ3회초 최정)를 깔금히 처리했다. 경기장에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도, 불안감은 없었다. 정근우는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아직 경기를 더 많이 뛸 필요가 있다. 중견수 뒤로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 잘 적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이용규(좌익수)와 제러드 호잉(우익수)의 수비 범위가 넓고 능력이 있는 외야수라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시즌 팀에 피해를 안 주고 싶다”고 다짐한 정근우는 “지난해 가을 야구를 (준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아쉽게 끝냈기 때문에 개인 목표는 없다.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내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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