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팀은 안녕하십니까]
KIA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엔 생소한 얼굴이 많다. 선발투수 한 축을 맡을 윤석민(어깨 통증), 마무리 후보 김세현(체력 미달), 주전 베테랑 3루수 이범호(햄스트링 통증), 선발 후보 한승혁(허벅지 통증)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및 컨디션 난조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젊은 피’를 대거 불러들였다. 검증된 자원들의 연이은 이탈 소식에 김기태(50) KIA 감독은 잠시 끊었던 담배에 다시 손을 댔다.
‘아기 호랑이’ 소굴이 된 캠프를 지휘 중인 김 감독은 그래도 선수들의 의욕적인 훈련 자세를 보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캠프 막바지를 향해가는 지난 2일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아픈 선수가 몇 명 있었지만 만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잘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강해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KIA 캠프에서 가장 큰 물음표로 남아 있는 포지션은 포수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주전 포수 김민식과 백업 포수 한승택이 코칭스태프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나란히 2군 캠프로 갔다. 대신 1군 캠프엔 2016년 입단한 신예 신범수, 고졸 2년차 한준수 등이 자리했다. 둘 가운데 신범수가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김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 엔트리에 들어가고자 하는 선수들은 지금 정신적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범호가 빠진 3루엔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주형을 비롯해 류승현, 최원준, 이창진이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1군 경력만 보면 김주형과 최원준이 우위에 있지만 패기와 열정을 중요하게 보는 김 감독이 류승현, 이창진을 중용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이범호의 대체 자원은 여기에 많이 있다”면서도 최근 좋은 타격 감을 유지하고 있는 김주형에 대해선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니까 잘해야 한다”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마운드는 에이스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가 선발 세 자리를 확정했을 뿐 4~5선발과 불펜 등 나머지 보직은 아직도 불분명하다. 올해 KIA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젊은 투수들로 꾸릴 것으로 예상돼,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패기로 겁 없이 공을 던질 것이라는 기대와 경험 부족으로 마운드 운영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공존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고졸 신인 김기훈과 1군 경험이 2경기 밖에 없는 늦깎이 신예 고영창의 성장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력보다 이들의 훈련 태도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지금 고영창이 가장 (컨디션이) 좋다”며 “지난해 2군에서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었다는 자체가 건강한 자세”라고 칭찬했다. 이어 “안 아프고 근거가 있어야 감독도 선수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엔트리는 정해져 있고, 모든 선수들은 1군에 있고 싶어하는데 명분이 있어야 감독이 선수를 선택한다. 항상 선수들에게 ‘내가 기용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또한 루키들에게 “고등학생이 어른들하고 경기를 하는 건데, ‘아마와 프로는 다르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을 거다. 그러나 프로는 아마추어 대회처럼 한 경기에서 패한다고 탈락하는 게 아니니까 길게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오키나와=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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