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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첫걸음은 남북 대중문화 코드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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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첫걸음은 남북 대중문화 코드 맞추기”

입력
2019.03.06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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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세계의장 

지난 달 27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제대로 된 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민 주도의 문화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지난 달 27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제대로 된 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민 주도의 문화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통일을 준비하는 데 남·북간 문화적인 코드 맞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첫걸음은 대중문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물리적 결합의 사전준비 작업으로 남·북·미 정상회담 등이 진행되고 있다면, 병행돼야 할 화학적 합성 측면에선 시민 주도의 대중문화 교류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달 26~28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던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 행사 참석차 방한한 문현진(50)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을 만나 들어본 통일문제 해법 찾기의 출발점은 그랬다. 그는 특히 “음악을 포함한 문화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표현 도구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최근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로 가는 길에 놓여진 정치적 사상 등의 걸림돌 제거에 ‘문화’란 지렛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광장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2019 One K(원 코리아) 콘서트’를 개최한 배경이기도 하다. 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콘서트엔 국내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2009년 GPF를 창립한 문 의장은 한 때 통일교의 유력했던 후계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300만여명의 신도를 보유한 통일교의 창립자인 고 문선명 총재가 문 의장 부친이다. 3남으로 태어난 문 의장은 두 형의 사망과 더불어 사실상 장남 역할에 나서면서 통일교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일찍부터 주목 받았다. 하지만 2012년 부친이 작고하면서 통일교를 떠나 세계평화운동가로서 비영리민간기구인 GPF 설립과 함께 민간 활동에 주력해왔다. GPF에선 글로벌 비정부(NGO) 단체장과 국제연합(UN) 산하기구 책임자를 비롯해 학계 및 정계, 종교계, 100인의 국내외 예술계 대표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 등이 다양한 통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문 의장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지난 달말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던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 행사 참석차 방한한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현재 통일의 필요성을 두고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는 여러 계층의 분열을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고영권 기자
지난 달말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던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 행사 참석차 방한한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현재 통일의 필요성을 두고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는 여러 계층의 분열을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고영권 기자

그는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통일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통일과 같은 사회적인 합의가 대전제가 돼야 하는 목표는 열망이 모아져야 실현도 가능합니다. 열망은 젊은이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통일운동 역시 젊은 1020세대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문 의장은 통일에 대한 비전 수립을 강조하면서도 남한 국민들 사이에서의 갈등 봉합 또한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통일은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념에 따라 나뉘어 있습니다. 통일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이 상태에선 남한 주도의 제대로 된 통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통일’이란 이념 하에선 남한 국민들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게 문 의장의 일관된 판단이다.

통일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덤으로 따라오는 열매라고 표현했다. “어떤 경제연구소에선 남과 북이 합쳐질 경우 통일된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이를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이 전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통일된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5위까지도 충분하게 도달할 수 있어요.” 문 의장은 통일한국의 잠재적 경제 성장성을 이렇게 피력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까지 감안한 진단이었을까. 그는 국제 사회와의 공조 역시 통일을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 할 필요충분조건으로 꼽았다. “남북 통일은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적인 측면에 비춰볼 때 한국만의 현안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통일 문제가 국제사회의 지원과 함께 무리 없이 진행돼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GPF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통일한국의 필요성을 역설한 그의 목소리에선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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