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국어 통역봉사자 활용
자원봉사+멘토 의미… 2015년부터 600명 도움
지난해 7월 중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중국여성 주징(31ㆍ가명)씨는 최근 임신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산부인과 의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이 됐음을 확인한 의사는 주씨에게 진료결과를 설명했지만 한국말을 거의 모르는 주씨는 “네?”란 말만 되풀이했다.
“비에 딴 씬. 워먼 후이 빵 쭈니먼라”(걱정 마세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진료결과를 알 수 없어 당황했던 주씨를 안심시킨 건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파견 나온 ‘벤토’ 김성숙(43)씨였다. 김씨는 의사의 진료결과를 통역해 주씨에게 전달했다. 주씨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김씨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벤토’(Vento)는 자원봉사자(Volunteer)와 멘토(Mento)의 합성어로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를 이르는 말이다. 주씨의 진찰결과를 통역한 김씨는 지난 2005년 한국남성과 결혼해 귀화한 중국여성이다. 김씨는 2016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의료통역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벤토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가 벤토활동에 적극적인 것은 자신이 처음 한국에서 언어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그는 “소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민자들에게 도움을 줬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2015년부터 김성숙씨와 같은 벤토를 적극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벤토는 59명으로, 이들은 지금까지 병원을 찾은 600명의 결혼이민여성에게 통역서비스를 제공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주변 지역인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관악구 등에 서울시 다문화가족 인구의 47%에 해당하는12만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병원 전체 산모 중 외국인 비율은 2015년 15.6%, 2016년 19.7%, 2017년 20.2%로 계속 증가해 이들 산모를 위해 통역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사회사업팀 팀장은 “지난해 8월부터 인근 지역 산부인과 5개 병원에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을 구사할 수 있는 벤토 16명을 파견해 결혼이민여성들을 돕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결혼이민여성들이 심리ㆍ정서적 안정은 물론 사회관계망 형성 등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벤토들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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