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여성 교도소에 트랜스젠더(성 전환자)를 위한 별도 구역이 마련된다. 지난해 9월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거짓 주장한 한 수감자가 같은 옥사에 있던 여성 수감자를 성폭행한 사건에 따른 조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법무부는 3일(현지시간) “영국 서튼에 있는 다운뷰 교도소에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위해 설치한 별도 구역에 대한 운영이 이번 주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 ‘트랜스젠더 구역’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3명의 수감자가 먼저 수감될 예정이다. 영국에서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위한 별도 구역이 설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법무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이트 사건’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노인을 칼로 찔러 영국 리즈의 남성 교도소에 입소한 카렌 화이트는 자신이 “성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며 여성 수감시설로 이감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화이트는 2003년 여성을 강간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에 앞선 2001년에도 2건의 아동 성추행으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은 전과자였다.
법무부는 그런데도 화이트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를 웨이크필드에 있는 여성 범죄자 수감 시설인 뉴홀 교도소로 이감했다. 여성 교도소에 들어온 화이트는 지난해 9~11월 최소 두 명의 여성 수감자에 대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등 이른바 ‘가짜 성전환자(sexual faker)’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화이트에 대해 “여성과 아이들에게 위험한 포식자”라며 종신형을 선고했으나 영국 여론은 트랜스젠더인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남성을 여성 교도소에 집어넣은 법무부를 비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따로 관리되는 3명의 트랜스젠더 수감자들은 다른 여성 수감자에 대한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인권’과 다른 수감자들의 ‘안전’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다른 여성 수감자들로부터 완벽하게 분리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BBC는 지적했다. 영국 내 트랜스젠더 수감자가 몇 명인지 정확하게 집계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집계했다고 해도 그 숫자가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BBC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파악된 트랜스젠더 수감자는 스코틀랜드에 17명,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 125명이며, 북아일랜드의 경우 집계 자체가 되지 않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