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조사 논란 증폭… 경찰청에 13일까지 소명 요청
경찰이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3만건 이 넘는 디지털 증거를 누락시켰다는 진상조사단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사단이 경찰을 상대로 진상파악과 함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나서 부실조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조사 중인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은 4일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주요 관련자에 대한 최소 3만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와 관련해 경찰청에 13일까지 소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 원주시 한 별장에서 압수한 윤씨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돼 있던 사진 파일 1만6,000여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복구했지만 이를 전부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별장은 윤씨가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성접대를 한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또 사건에 깊이 연루됐던 윤씨 친척 윤모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한 휴대폰, 노트북 등에서 나온 사진 파일 8,600여개, 동영상 파일 349개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 윤씨 친척은 경찰에서 “윤중천이 운영한 회사에서 9년 가량 근무했고, 2008년 여름께 윤중천이 자신 휴대폰에 있는 김학의 동영상을 구워 달라고 해, 동영상을 휴대폰에서 컴퓨터로 옮긴 뒤 CD로 구워 주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또 다른 연루 인물인 박모씨로부터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휴대폰과 컴퓨터에서 사진 파일 4,809개, 동영상 파일 18개를 복구했으나 언론에 보도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 파일 4개를 빼고는 모두 송치를 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이렇게 사라진 디지털 증거가 총 3만건 이상으로 파악했다.
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관련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함에도 경찰은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 송치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두 차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면서 부실수사 내지 축소ㆍ은폐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누락 여부나 건수 등 사실관계부터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013년 윤중천씨로부터 강원 원주시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김 전 차관으로 지목된 남성이 등장하는 성관계 추정 동영상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2014년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한 피해자가 김 전 차관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해 수사가 다시 진행됐으나 검찰은 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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