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 노후화로 절연불량ㆍ도전체화… 먼지 등 어우러져 발열ㆍ발화
사망 3명 등 92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도심 사우나 화재는 사우나 입구 구둣방 내부의 낡은 전기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면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보사우나 화재사건을 수사중인 대구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달 19일 오전 대구 중구 상가아파트 4층 사우나 화재 현장에 대한 2차례 현장합동감식과 정밀분석을 통해 입구 구둣방 전기콘센트 ‘트래킹’ 현상으로 불이 났다는 감정결과를 대구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회신 받았다고 4일 밝혔다.
트래킹 현상은 절연체 표면이 분진ㆍ수분 등에 의해 오염되거나 손상된 상태에서 전류가 흘러 일어나는 미세한 발열ㆍ발광 현상을 말한다. 절연체가 전기가 통하는 통로가 돼 발열ㆍ발광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구리전선이 녹아 불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용석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과장은 “2구 콘센트에 3구 멀티탭이 하나 꽂혀 있었고, 멀티탭에는 전기스토브가 연결돼 있었지만 스토브는 직접 화인이 아니다”며 “콘센트와 플러그 접합부위에서 트래킹 및 전선단락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고열이 발생, 불이 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래킹 현상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콘센트라면 어디에서도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먼지 등이 많이 나는 노후 건축물 전기콘센트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오래된 콘센트에 먼지가 많이 쌓이고 하면 기능이 떨어져 열화(劣化)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면서 노랗게 변하는 등 급속히 약화한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하다 보면 절연체 역할을 하는 부분이 도전체로 변하고 어느 순간 녹아 내리면서 불이 날 수 있는 만큼 수시로 먼지를 털어내는 등 철저한 관리와 함께 필요하면 교체해야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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