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반도체 부진 등에 따른 수출 정체로 고심하고 있는 정부가 농수산 식품 분야에서 올해 수출액 100억 달러를 넘기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상반기(1~6월) 중 중국과 동남아에서 대규모 판촉행사를 개최하는 등 총력전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는 4일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식품 수출 확대방안’ 및 ‘수산식품 신(新)수출전략’을 확정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1.1% 줄어든 395억6,000만 달러로, 작년 12월(-1.7%)과 올해 1월(-5.9%)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꺾인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수출 물량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수산 식품 분야의 수출을 끌어올려 수출 악화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 수출 77억 달러… 대기업도 박람회 참여
먼저 정부는 올해 농식품 수출 목표치를 역대 최고였던 작년(69억3,000만 달러)보다 11% 이상 늘어난 77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특별판촉행사(3~5월) △중국 상해에서 유통매장 211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물산전(4월) 등을 개최하기로 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등 한류 스타를 활용해 베트남 현지에서 홍삼ㆍ인삼ㆍ딸기 등을 홍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해외 현지에 신선농산물 전용판매관(K-fresh zone)도 확대한다. 현재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3개국에서 18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홍콩과 베트남을 추가해 5개국 30개소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지금은 정부가 해외 현지에서 수출 박람회를 개최할 때 수출 1억 달러 이상 대기업은 참가할 수 없는데, 이 같은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딸기 파프리카 포도 등 ‘수출 효자’ 상품을 지원하기 방안도 마련됐다. 먼저 딸기의 경우 최근 결성된 ‘수출통합조직’(K-Berry)이 국내에서 팔리지 않은 딸기를 동남아에 저가로 밀어내고 그에 따라 국내 업체간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로 했다. 수출통합조직은 생산농가와 수출업체들이 공동으로 설립, 수출창구를 단일화한 것이다. 깻잎은 ‘야키니쿠’(일본식 고기구이) 체인점 등 일본 외식시장을 타깃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병해충ㆍ농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척깻잎’ 시범 수출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포도는 해외 현지에 설치된 신선농산물 전용판매관 등을 통해 동남아나 중국에 고품질 품종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복ㆍ굴 해외로… 수산식품 수출 25억 달러
참치, 김 등 수산식품의 올해 수출 목표치는 25억 달러로 설정됐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3억8,000만 달러보다 약 5%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수산가공업을 수출형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창업ㆍ연구개발(R&D)ㆍ수출지원 기능이 집적된 대규모 수출 클러스터(1곳당 1,000억원 투자)를 목포와 부산에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복이나 굴, 어묵 등 수출 유망품목을 키우기 위해 △굴 가공산업거점단지(통영) △전복 수출물류센터(완도) 등 가공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광어ㆍ연어 등 고급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어묵 등 수출맞춤형 제품개발과 상품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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