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탐색하기 위한 우주망원경 케플러(Kepler)가 2009년 3월 6일(협정세계시 기준 밤 10시50분, 한국 시간 7일 오전 7시50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케플러는 500광년 너머의 시그너스 성단 주변을 중점적으로 탐색, 외계행성 2,600여개를 발견했다. 케플러 계획을 수립하던 1980년대 초반, 인류는 태양계 너머의 그 어떤 행성의 존재도 이론적으로만 알았다.
케플러의 주 임무는 외계행성의 탐색을 넘어 지구형 행성의 존재 가능성, 즉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을 탐색하는 거였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러자면 적당한 온도가 필수적이었다. 온도를 결정하는 주요인은 항성과의 거리다. 케플러는 항성의 광도를 측정, 공전하는 행성이 항성을 지나칠 때 나타나는 밝기의 변화를 바탕으로 행성의 존재 및 항성과의 거리를 측정했다. 그 방식으로 케플러는 2018년 10월 공식 은퇴하기까지 2,600여개의 행성을 발견했고, 분석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 개별 행성 데이터들을 지구로 전송했다. 그들 중 일부는 ‘골디럭스 존’이라고도 불리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Z, Habitable Zone)’ 내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
그 중 하나가 2011년의 ‘케플러-22b’였다. ‘케플러-22b’의 온도는 약 섭씨 22도로 행성 표면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 행성에 중원소가 풍부해 생명 진화에 적합하고 대기 조성과 질량 등도 기적적으로 우호적이라 하더라도, 그 행성을 제2의 지구로 삼으려면 인류가 넘어야 할 허들은 무수히 많다. 당장 인류는 빛의 속도로 600년을 달려가야 한다.
NASA는 지난해 4월, 케플러의 뒤를 이을 외계행성 탐사망원경 ‘테스(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를 발사했다. 테스는 극히 한정된 범위의 심우주를 탐색했던 케플러와 달리, 지구를 타원 궤도로 돌면서 더 넓고 가까운 우주를 탐색하게 된다. 케플러의 활약에 고무된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에만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HZ 행성이 최소 20억개는 되리라 추정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냉동 상태로 견딜 만한 비행시간 거리 안에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의 인류는, 21세기 한국인이 집 마련에 목을 매듯, 탈출우주선 승선 경비를 모으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을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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