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동참 유치원 381곳” 한유총” 1533곳으로 회원 절반 육박”
유은혜 장관 “무관용 원칙”… 소극적이던 학부모들 단체행동 나서
한유총 광주지회, 7시간 마라톤 논의 끝에 개학 연기 철회키로
새학기 개학을 하루 앞두고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 연기’를 강행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향한 여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휴업과 폐원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벼랑 끝 전술’을 반복해 온 한유총에 대해 정부당국도 형사고발 등 연일 엄정대응을 예고하는 등 이전과 다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 동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학부모들마저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랐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교육부는 4~6일로 예정된 개학을 연기하는 데 동참하는 사립유치원의 수가 381곳(3일 정오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3일 오후 밝혔다. 이는 전체 사립유치원(3,875곳)의 9.8%에 해당한다. 이중 자체 돌봄을 제공하는 유치원은 243곳, 제공하지 않는 유치원은 138곳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참여의사가 불명확한 곳이 233곳으로, 이 역시 개학 연기의사가 있다고 보면 최대 600여 곳이 개학 연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앞서 이날 오전 한유총은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일부터 개학 연기에 돌입하는 사립유치원이 1,533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유총 전체 회원(3,318곳)의 절반(46.2%)에 이르는 수치다. 한유총은 특히 “한유총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계속되는 이상, 개학 연기란 준법 투쟁에 이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히며 강경 투쟁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양측의 수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과 관련, 한유총과 당국 모두 ‘압박’에 의해 유치원들이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수치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교육부가 개학 연기에 동참하려는 사립유치원을 협박해, 극소수만 참여하는 것처럼 숫자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반면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과장은 “한유총 지도부가 미참여 원장에게 단체 행동을 강요하고 있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유총 조사에선 참여한다고 했다가 교육청 조사에서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유치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실제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은 4일 당일에야 정확히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회 경우 이날 오후 7시간에 걸친 마라톤 논의 끝에 개학 연기 결정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개학 연기(1곳)나 무응답(57곳)으로 분류했던 58곳을 비롯해 광주지역 사립유치원 159곳이 모두 정상 운영되게 됐다. 전국적으로도 개학 연기를 철회하는 유치원들이 나오고 있다. 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모든 사립유치원에 교육지원청, 주민센터, 파출소 직원을 오전 7시부터 3인 1조로 배치해 학부모에게 긴급돌봄 정보 등을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한유총의 강경투쟁 방침에 교육부와 지방교육청 등 당국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서울ㆍ경기ㆍ인천시 교육감은 3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한유총 사태 관련 수도권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에듀파인 수용과 집단 휴업 철회 등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한유총과의 협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한유총의 폐원 투쟁 예고에 대해서도 “한유총의 위협이 지속된다면 민법 제38조에 의거해 한유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전날 오전 관계부처ㆍ지차제회의에서 “유치원이 개학을 하지 않을 경우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법무부, 경찰청, 공정위 등 사법기관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 같은 대응에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비리의 온상으로 떠올랐지만 반성은커녕 수세에 몰릴 때마다 ‘집단 휴원’과 ‘폐원’을 앞세워 공세를 펴 온 한유총의 ‘습관성 집단행동’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정부가 한유총에 맥없이 휘둘려온 결과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갈 데까지 갔다는 비판 여론이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유총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집단행동으로 세력을 과시해 왔다. 2017년 7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높인다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세미나 당시 사립유치원 관계자 수백 명이 세미나실을 점거해 회의를 불발시켰고, 같은 해 9월에는 회계 감사를 학교 법인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사학기관 재무ㆍ회계 규칙’ 개정안을 두고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달25일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박 의원은 “그동안 한유총과 교육당국의 관계는 갑(한유총)-을(교육당국)관계였다”며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한유총이 집단행동에 끝없이 나서는 것은 지난 세월 늘 자신들이 이겨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개탄하면서도 혹시라도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까 목소리내기를 주저해왔던 학부모들도 이번에는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 농단을 중단하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경기 용인시 학부모 100여명은 3일 오후 수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자인가, 장사꾼인가” “개학 연기 즉각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립유치원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덕선 이사장이 설립한 경기 한 사립유치원 학부모는 “개학 연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유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600여명의 유치원 학부모로 구성된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도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강행하면 이달 중 전국 유치원 학부모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김한메 비대위원장은 “한유총 소속 유치원에 대해 소비자 불매 운동을 진행하는 등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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