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둥펑-4D로 타고 가” 북한의 중국 의존성 부각
시진핑과 회동 가능성 낮아, 4일 밤이나 5일 새벽 북한 진입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도 모두 끝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복귀를 위해 다시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를 태운 전용열차는 베트남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륙을 가로지르는 최단 노선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9시35분쯤(현지시간) 숙소를 떠나 베트남 전쟁영웅ㆍ열사 기념비와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묘에 헌화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4박5일간의 하노이 체류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7, 28일 열린 북미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자, 당초 예정된 일정을 앞당긴 그는 2일 낮 12시35분쯤 랑선성 동당역을 통해 베트남을 빠져 나갔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둥펑(東風)-4D’ 열차로 갈아탔다”고 전했다. 둥펑-4D는 중국 국유기업이 생산한 기관차 가운데 최신형(1999년 생산)이다. 김 위원장의 탑승 열차 자체가 바뀐 게 아니라, 전용열차를 이끄는 기관차만 교체한 것인데도 베트남 입성 때와 같이 그의 평양 복귀 역시 중국에 의존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북한에서 베트남으로 향할 때와 마찬가지로 3,500㎞가 넘는 철길을 60시간 이상 달리면서 중국 내륙을 다시 한번 가로지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과 북한 내 구간까지 합하면 전체 거리는 3,800㎞에 약간 못 미친다.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는 이날 오후 3시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 핑샹(憑祥)을 거쳐 오후 7시쯤 난닝(南寧)역에서 정비를 받은 뒤 다시 출발했다. 이어 이튿날인 3일 오전 9시쯤 후난(湖南)성 창사를 통과했고, 오후 2시쯤에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지나 북쪽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의 열차가 통과할 때마다 해당 역사 주변은 대형 가림막이 설치되는 등 철저하게 통제됐다. 북ㆍ중 접경인 단둥(丹東)에 위치한 중롄호텔도 5일까지 예약을 막고 있다.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호텔은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중국으로 들어갈 때 투숙과 예약을 받지 않는다.
평양 복귀 길에 베이징(北京)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한때 제기됐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중국 철도당국은 스자좡(石家莊), 톈진(天津) 등으로 이어지는 철로에 대해 “2일부터 4일 오후 1시까지 주변 공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전용열차가 중간에 멈춰서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또 3일부터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가 시작된 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는 점에서도 북중 정상 간 회동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다.
현재 속도와 예상 노선대로라면 4일 밤이나 5일 새벽 단둥을 거쳐 북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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