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항공카메라 장착해
200m 상공서 사건현장 촬영
이르면 6월 수도권부터 배치
앞으로 경찰은 범죄자를 긴급하게 추적하거나 화재나 선박침몰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성능 항공카메라를 장착한 작전 헬기를 현장에 투입한다. 해외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고성능 항공카메라가 장착된 작전 헬기 5대를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 고위 간부는 “현장 배치를 위한 거의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실전 테스트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르면 6월부터 작전 헬기를 상시 활용하는 게 가능해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작전 헬기의 필요성은 계속 거론되어 왔다. 경찰 관계자는 “드론에도 고성능 카메라를 달아 활용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카메라 성능 못지 않게 움직이는 물체를 빠른 속도로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라며 “드론 기술로는 이게 어렵지만 시속 250㎞인 작전 헬기는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전 경험도 이미 어느 정도 있다. 경찰은 지난 2010년 서울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와 평창올림픽 때 작전 헬기를 활용했었다. 실전 투입이긴 하지만 특정 기간, 지역에 한정되어 있어서, 그 때는 시범운용 같은 느낌이었다.
경찰이 6월부터 투입할 작전 헬기는 ‘참수리’호다. 카이(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미국의 작전 헬기를 그대로 본떠 제작한 것이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작전 헬기용으로 주문하고 그때부터 제작하는 식이어서 실제 출고까진 3년 가량 걸린다. 작전 헬기엔 200m 상공에서 주ㆍ야간이나 기상 상황에 상관없이 사건 현장을 선명하게 찍어낼 수 있는 고성능 항공 카메라와 이를 지상 상황실로 전달하는 무선영상전송장치가 장착돼 있다.
작전 헬기가 갖춘 이런 장비 덕분에 경찰 지휘관은 이제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되는 범죄자의 움직임이나 화재 등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내년 2월엔 작전 헬기 3대를 추가, 작전헬기 운용 범위를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까지 단계적으로 넓혀나갈 방침이다.
작전 헬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망도 보강한다. 민간 통신사들의 통신망으로는 긴급한 현장상황을 생중계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수도권 주요 지방 경찰청 5곳에 작전 헬기 전용 대형 안테나를 세우기로 했다. 경찰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전용 안테나는 7대인데, 우선 5대를 현장에 배치하고 2대는 G20이나 평창올림픽과 같은 국가적 행사 때 쓴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작전 헬기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걸로 본다. 범인을 추격할 때는 물론, 각종 대형 사건 사고 때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실제 지금은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 주요 상황실은 현장에서 전달된 종이보고서와 방송사가 내보내는 단편적인 영상 등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때도 주요 지휘부가 상황 판단을 잘못했던 이유 중 하나도 당시 현장 상황을 방송사 뉴스 등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일었다.
작전 헬기는 또 다른 포석이기도 하다. 경찰의 작전 구사 능력이 좋아지면 진행 중인 검ㆍ경수사권 조정 등에서 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작전 헬기 체제를 제대로 갖춘 나라는 미국과 영국 2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작전 헬기를 활용한 경찰의 역할이 더 커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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