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개 시도 인구 자연감소돼 1년 새 지역 수 2배로 ‘도미노’
경북 자연감소는 17배 늘어… 올해 대구ㆍ제주ㆍ광주 추가될 듯
지난달 20일 부산 사하구 감정초등학교에서 올해 졸업생 15명을 대상으로 ‘마지막 졸업식’이 열렸다. 1980년 개교한 이후 약 4,1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교는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 이달 1일자로 폐교했다. 또 1940년 개교한 강서구 덕도초등학교도 80년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2010~2018년 부산에서 폐교한 초등학교(분교 제외)는 10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산지역 초등학생이 약 16% 감소(17만8,000명→15만3,000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부산을 비롯한 8개 시도에서 사망자가 새로 태어나는 아기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제2도시인 부산이 처음 이름을 올린데다, 불과 1년 새 지역 수가 두 배(2017년 4곳→지난해 8곳) 늘어나는 등 지방의 인구 자연감소 ‘도미노’ 현상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들 지역에선 자연감소에 더해 기존 거주민들마저 외지로 빠져나가며, 인구 감소→지역경제 침체→출산 저하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2도시 부산마저 자연감소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부산ㆍ충북ㆍ충남ㆍ경남 4개 시도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앞질렀다. 2017년에는 이 같은 인구 자연감소(사망자>출생아) 지역이 강원ㆍ경북ㆍ전북ㆍ전남 4개 시도에 불과했는데, 4곳이 추가되며 1년 새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부산은 출생아(1만9,100명)보다 사망자(2만2,600명)가 더 많아 인구가 3,500명 자연 감소했다. 2013~2016년 부산에서 태어난 아기는 사망자보다 매년 3,000~5,000명 가량 많았는데, 2017년 46명으로 추락하더니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도(道)지역이 아닌 광역시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은 최초다. 충북(-700명) 충남(-1,400명) 경남(-1,500명) 또한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당초 통계청은 2017년 ‘장래인구추계’ 당시 경남ㆍ충북은 2020~2024년, 충남은 2025~2029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된다고 봤는데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일찌감치 자연감소가 시작된 강원ㆍ경북ㆍ전북ㆍ전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경북에선 인구가 6,200명 자연 감소했는데, 이는 처음 사망자수가 출생아를 앞지른 2016년(-360명)보다 약 17배 가량 확대된 규모다. 전남(2013년 -930명→지난해 -6,000명) 전북(2016년 -1,360명→지난해 -4,500명) 강원(2014년 -340명→지난해 -3,600명) 또한 자연감소 돌입 이래 감소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저출산에 인구유출까지 이중고
인구가 자연 감소해도 외지에서 사람이 유입되면 지역 인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시도별 인구이동’을 분석한 결과, 이들 8개 시도 중 충북ㆍ충남을 제외한 6곳은 들어온 사람보다 빠져나간 사람이 더 많았다. 지난해 전북에선 약 1만4,000명이 순유출 됐고, 경북(-9,200명) 전남(-8,000명) 강원(-3,800명) 또한 수천 명이 외지로 나갔다.
특히 지난해 처음 사망자가 출생아를 앞지른 경남에선 2012년(-2,800명) 이후 7년 만에 5,800명이 이 지역을 빠져나갔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2만6,700명)도 순유출 규모가 컸다.
반면 반도체(SK하이닉스 청주공장 등) 석유(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등)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천안ㆍ아산공장) 관련 대기업과 협력사가 많은 충북(+5,100명)과 충남(+1만명)은 외지인이 많이 유입, 저출산발(發) 인구감소를 상쇄하며 인구가 늘어났다.
◇인구감소→지역경제 침체→출산저하 ‘악순환’
통계청은 올해도 자연감소 지역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가 소폭 사망자를 웃돈 대구(+400명) 제주(+900명) 광주(+1,300명) 등이 ‘후보군’이다.
지방 인구감소의 도미노가 확산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지역경제가 가라앉고, 이게 다시 초(超)저출산을 부르는 악순환이 형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돌봄ㆍ교육 등 각종 인프라가 붕괴해 이 같은 악순환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어린이집과 사교육은 ‘규모의 경제’가 필수라 지방에선 이런 시설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젊은층은 떠난다”고 설명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초저출산 문제는 몇 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지역별로 산업기반을 육성하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사람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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