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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막 한가운데 초록 희망 ‘스마트팜’ 싹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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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막 한가운데 초록 희망 ‘스마트팜’ 싹 틔웠다

입력
2019.03.03 16:31
수정
2019.03.03 18:4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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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샤르자 코르파칸 지역에 있는 KT 스마트팜에서 현지 직원(맨 오른쪽)이 증강현실 글라스를 쓰고 보고 있는 화면이 태블릿PC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샤르자(UAE)=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샤르자 코르파칸 지역에 있는 KT 스마트팜에서 현지 직원(맨 오른쪽)이 증강현실 글라스를 쓰고 보고 있는 화면이 태블릿PC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샤르자(UAE)=사진공동취재단

초고층 빌딩이 늘어선 두바이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한참을 달리자 누런 황무지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산도 돌산뿐이라 초록빛이라곤 찾을 수 없는 길을 차로 꼬박 2시간30분 달려 도착한 샤르자. 이곳의 코르파칸 지역에는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600㎡(180평)짜리 하우스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바깥에선 모래바람이 사방에서 몰아치는데, 놀랍게도 안에선 상추, 바질 등이 빚어내는 초록빛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KT가 국내에서만 운영하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팜이 해외, 그것도 사막 한가운데에서 싹을 틔웠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찾은 샤르자 스마트팜에서는 장애인 직원들과 시설 관리자 등 10여명이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온ㆍ습도 감지기(센서), 내부 온도를 낮추는 쿨링 시스템,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양액 시스템 등의 작동 방법을 KT 직원들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문을 연 지 갓 100일이 지난 이곳은 이제 KT로부터 자립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KT의 스마트팜 프로젝트는 손이 많이 가는 농작 과정을 ICT로 자동 제어함으로써 장애인들도 농업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을 유발하기 위해 2016년 경기 남양주시에서 처음 시작됐다. 평소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 샤르자의 셰이카 자밀라 공주가 작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가 남양주 스마트팜을 보고는 샤르자에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자밀라 공주가 센터장으로 있는 샤르자 인도주의 센터와 KT가 지난해 11월 스마트팜을 완성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코르파칸에 있는 KT 스마트팜에서 현지 직원들이 증강현실 글라스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작물을 심고 있다. 샤르자(UAE)=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코르파칸에 있는 KT 스마트팜에서 현지 직원들이 증강현실 글라스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작물을 심고 있다. 샤르자(UAE)=사진공동취재단

초반 구축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후였다.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잦은 모래폭풍에 연 강수량은 100㎜가 채 안 돼 땅에서 기를 수 있는 채소라곤 오이뿐인 척박한 환경이다.

우선 KT는 빛은 잘 투과시키고 자외선은 막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로 하우스를 지었다. 하우스 벽면에는 대형 선풍기처럼 생긴 쿨링 팬과, 꼬불꼬불한 에스(S) 모양으로 촘촘하게 파여 있는 쿨링 패드를 설치했다. 쿨링 패드를 따라 물을 천천히 흘려 보내면서 쿨링 팬을 작동시키자, 순간적으로 물이 증발하며 만들어내는 차가운 바람이 내부 온도를 10도가량 떨어뜨렸다. 쿨링 팬과 쿨링 패드는 내부 센서와 연동돼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가동, 27~28도를 유지한다. 덕분에 온도에 민감한 바질, 애플민트 등 허브류 작물도 잘 자라고 있으며, 앞으로 가공 과정을 거쳐 차, 비누, 향신료 등으로도 판매될 예정이다.

이외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물 순환 시스템 등도 자동으로 가동된다. 문제는 전문가가 상주하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오작동인데, 샤르자 스마트팜의 자립을 유도 중인 KT는 현장 시설 관리자들에게 증강현실(AR) 글라스를 배포했다. AR 글라스를 쓰고 보고 있는 모습이 멀리 있는 직원의 태블릿PC 화면에 실시간 전달된다. 직원이 태블릿PC 화면을 터치해 화살표 등 그림을 그리면서 지시를 하면 AR 글라스로 보이는 화면에도 그림이 똑같이 표시된다. KT는 AR 글라스로 원격 교육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 중 한 명인 압둘라(20)씨는 스마트팜 개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성취감 때문에 농사가 좋다”며 “이제 오이 말고 새로운 걸 기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KT는 이곳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의 기능을 넘어 UAE 식량 자급 기관 중 하나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UAE는 경작지가 부족해 식품 수입 의존율이 80~90%에 달한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은 “연탄을 나르거나 김장을 담그는 기존 사회공헌 활동보다 통신 기업으로서 KT가 잘 할 수 있는 역량으로 특별한 공헌을 하고 싶었다”며 “샤르자 스마트팜이 자리를 잡고 나면 UAE 식량 자급 기관으로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샤르자(UAE)=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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