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 대국 예정
현재 최전성기에 들어선 커제 9단이 이세돌 9단에게 승리 전망 우세
변수도…이벤트 기전에선 1승1패로 동률, 가장 최근 경기에선 이세돌 9단이 승리
커제(22) 9단과 이세돌(36) 9단의 자존심 걸린 한판 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 바둑계 중심인 중국과 한국의 신·구 간판스타란 점에서 두 선수의 반상(盤上) 대결에 대한 관심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불꽃은 5일로 예정된 ‘3·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장에서 튈 예정이다. 역사적인 3·1운동 100주년 대국으로 기획됐지만 맞짱에 나설 선수들의 ‘이름값’ 또한 묵직하다.
우선, 두 선수의 세계대회 우승 경력은 화려하다. 이세돌 9단은 총 18개의 우승컵과 10번의 준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커제 9단은 총 9개의 우승 타이틀과 3번의 준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대회 성적은 글로벌 랭킹의 바로미터로 각인된다는 점에서 프로바둑기사들에게 우승컵의 수집은 어떤 기록보다 중요하다.
누적 지표에선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에게 앞서 있지만 이번 대국 전망에선 비관적인 게 현실이다. 현재 최전성기에 들어선 커제 9단은 명실공히 세계 바둑계 1인자다. 실제 신아오배 세계바둑오픈전(2017년)과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2018년), 백령배 세계바둑오픈대회(2019년) 타이틀은 모두 커제 9단의 소유다. 세계바둑계의 ‘현재권력’은 커제 9단에게 있단 얘기다. 커제 9단은 중국내 랭킹에서도 1위다. 최근 36개월 연속 자국내 랭킹 1위를 고수했던 커제 9단은 지난해 11월 2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지만 그 해 12월 다시 정상에 오른 이후 올 들어서도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세돌 9단의 가장 최근 세계대회 우승 기록(이벤트 기전 제외)은 7년전에 열렸던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무엇보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이세돌 9단의 최근 기량이 사실상 정상권에선 멀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승부는 보나마나 이미 끝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공공연하다. 이세돌 9단의 급격한 하락세는 성적표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말까지 이세돌 9단의 전적은 54승40패다. 이 가운데 올해 현재까지 1승2패로, 대국수가 3판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에 벌였던 이세돌 9단의 경기가 20대국에 달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 기전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각종 대회의 예선 탈락으로 올해까지 이어진 본선 대국에서 나서지 못한 영향이 더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세돌 9단의 국내 랭킹은 이미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두 선수간의 상대전적에서도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5승11패로 열세다.
물론 ‘각본 없는 드라마’인 반상 대결인 만큼, 변수는 있다. 공식 대회가 아닌 이벤트 기전에선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은 1승1패로 팽팽하다. 지난해 1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2018 해비치 바둑대결’에선 이세돌 9단이, 그 해 4월 중국 산시성에서 맞붙었던 ‘화양논도배 국제바둑최강전’에선 커제 9단이 각각 승리했다. 여기에 가장 최근인 지난해 5월 맞붙었던 중국 갑조리그 7회전에선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에게 항복을 받아냈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한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일단 커제 9단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이번 대국을 생중계하는 K바둑에서 해설자로 나설 송태곤(33) 9단은 “두 선수의 이번 대국 승부를 예측해 본다면 65:35 정도로 커제 9단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세돌 9단도 커제 9단에게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는 만큼, 일방적인 경기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대회는 블록체인 업체인 블러드랜드와 코리아타임스, 한국일보 E&B가 공동 후원하고 한국기원에서 주최·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은 1시간에 초읽기 1분 3회가 주어진다. 승자에겐 6,000만원, 패자에겐 2,000만원의 상금이 현금으로 지급된다. 주관 방송은 K바둑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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