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서울광장 행사에 태극기부대 난입… 시민들 “성조기 내려라” 항의
3ㆍ1운동 100주년인 1일 전국이 태극기 물결로 출렁였다. 100년 전의 함성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로 되살아났고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는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졌다. 특히 광화문 광장에서 처음 3ㆍ1절 기념 행사가 열린 서울에서는 뿌연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2만여 명의 시민이 도심 거리 행진에 동참하며 그날의 정신을 되새겼다.
대통령 직속 3ㆍ1절 기념사업추진위가 주관한 기념행진은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광화문 광장을 향해 출발했다. 하얀 저고리와 검정치마, 두루마기 등을 입은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를 나눠 들고 선두에 섰다. 상점 주인과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이들의 함성에 목소리를 보탰다.
교복 차림의 학생으로 분한 배우들은 만세를 외치다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처참하게 끌려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외국인 참가자들이 한복을 입고 경쾌한 기념곡에 맞춰 ‘플래시몹’을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유관순 열사의 후배인 서울 정동 이화여고 재학생들도 양손에 태극기를 쥐고 “대한독립”을 외치며 학교에서 서울광장까지 만세 행진을 했다.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작된 ‘100년만의 만세행진’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과 3ㆍ1운동 참가 학교 대표 학생들, 시민위원 약 400여 명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단장이 이끈 대열도 육군사관학교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세종대로를 돌아 서울 광장으로 되돌아왔다. 1919년 3월 1일 당시의 만세 운동 모습을 크게 인쇄한 깃대 250여 개가 이들의 지나는 길을 양쪽으로 에워쌌다. 함께 행진한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의 후손 김세걸씨는 “이렇게 뜻 깊은 날을 유공자들의 후손과 함께 맞이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며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날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가 이어졌다.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는 독립유공자와 광복회원 등 3,000여 명이 참가한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고, 울산에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를 기리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100년 전엔 한 마음으로 “대한독립”을 외쳤지만 이날 서울 도심에서는 보수단체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동시에 열려 한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울광장에서 진행 중인 3ㆍ1절 기념 행사에 난입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방과 무분별한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미국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열에 끼어들자 3ㆍ1절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미국 국기를 내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3ㆍ1절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과 태극기 집회가 진행된 세종대로 일대를 분리하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양측의 직접적인 대치를 막았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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