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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멋쩍은 귀로, 열차 타고가다 전용기 갈아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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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멋쩍은 귀로, 열차 타고가다 전용기 갈아탈 가능성

입력
2019.03.02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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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귀국길도 열차 경호 호의 베풀지 의문… 시진핑 만날지 관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귀로에 오른다. 일단 전용열차에 몸을 싣겠지만 중간에 항공기로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중국의 전폭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김 위원장의 행보는 중국의 영향력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중국 단둥, 선양, 톈진, 창사, 난닝을 거쳐 접경인 핑샹을 지난 뒤 베트남 동당까지 60시간 동안 4,000㎞를 달렸다.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막기 위해 1일 내내 난닝역에서 가림막 설치가 한창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으로 돌아갈 때도 전용열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베트남에 올 때처럼 열차로 다시 중국 대륙을 관통할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사흘간 기차를 타고 이동한 김 위원장 전용열차를 보호하기 위해 외곽경호에만 90만 명의 공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안전을 중국에 내맡긴 것 자체가 양측의 우호관계를 증명해주는 척도”라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또다시 그 같은 호의를 베풀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 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28일 당일 오후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김 위원장이 1일 곧바로 북한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잔뜩 어깨에 힘을 넣고 평양을 출발할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도중에 교통편을 전용기 참매 1호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의 경호원을 태운 수송기가 도착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하노이에 깜짝 도착한 전례를 감안해서다. 트랜스폰더(위치추적장치)를 끄고 날아왔기 때문에 동선을 노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폰더는 전쟁 상황을 제외하면 무조건 켜고 다녀야 하는 장치다. 지상의 관제신호에 응답하지 않으면 항공기를 격추해도 무방하다. 평양~하노이간 항로를 감안하면 중국이 묵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외교 소식통은 1일 “참매 움직임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협조한다면 언제든 소리소문 없이 김 위원장을 태우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의 상징인 중국 남단 광저우를 찾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1958년 베트남 하노이 방문 당시 들른 곳이다. 광저우를 거쳐 빙 돌아간다면 이 또한 경제발전 모델인 중국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앞서 베트남으로 향할 당시에는 전용열차가 최단거리를 택하면서 광저우를 건너뛰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내려 시 주석과 만날지도 관심이다. 올 한해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을 정하는 양회가 3일부터 시작되는데, 시 주석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 이벤트 와중에 외교일정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아무런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오지 못할 처지다. 자칫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만약 열차편으로 꼬박 달려온다면 4일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비핵화 협상 전략을 다시 짜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 주석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터라, 약식으로라도 거쳐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아니면 다시 베이징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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