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엘 차포(땅딸보)’로 불리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은 체포됐지만, 멕시코의 ‘범죄와의 전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예컨대 올해 1월 한 달간 발생한 살인사건만 무려 2,452건에 달했다. 지난해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꺼내든 대책은 ‘국가수비대(National Guard) 창설’이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만 해도 “총 대신 포옹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더 이상 치안 유지에 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그가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인권 침해 우려에 더해, 실효성 없는 전임 정권의 정책을 답습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멕시코 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6만명 규모의 국가수비대 창설을 위한 법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마약 카르텔과 석유절도 갱단 등 각종 조직범죄 집단들이 멕시코 전역에서 활개를 치는 등 국가적 치안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처하려는 시도다. 핵심은 군의 투입이다. 1만8,000명의 연방 경찰뿐 아니라, 군 경찰 3만5,000명과 해군 경찰 8,000명 등이 포함됐다.
실제로 멕시코의 치안 위기 상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난 1월 멕시코 내무부 내 공공치안집행사무국(SESNP)의 발표를 보면, 작년 한해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은 전년(2만8,866건) 대비 15.5% 증가한 3만3,341건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일 약 91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그러나 시민 단체들은 ‘국가수비대 창설’과 관련, 군의 개입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를 표하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2014년 정부군과 마약 조직원 간의 교전 중 22명이 숨졌던 게 대표적인 반대 근거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의회는 원안을 수정해 범죄를 저지른 군인을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법원에서 재판받도록 하고, 군 지휘관 위에 민간인을 두어 감독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등은 “실패한 모델”이라면서 계속해서 반박하고 있다.
WP는 조직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론적으로는 민생치안 담당과 마약카르텔 같은 조직범죄 대응을 모두 하도록 돼 있지만, 인원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알폰소 두라소 안보장관도 “이상적으로는 36만명 정도는 돼야 한다”며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을 일단 쓰려는 것”이라고 이를 시인했다.
오히려 군의 개입이 부작용을 부른다는 견해도 나온다. 멕시코는 이미 2006년 펠리페 칼데론 정부 때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군을 투입, 카르텔 수뇌부를 끌어내려 소탕에 나섰다. 이후 정권들도 군 투입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NYT는 “(군 병력의 동원으로) 커다란 범죄 카르텔은 더욱 폭력적인 소규모 조직으로 쪼개졌고, 그 결과 더 광범위한 영역까지 범죄가 세를 뻗치는 역효과를 가져 왔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시티에서 활동하는 안보전문가인 하이메 로페즈 아란다도 “완전히 똑같은 사람들로 완전히 똑같은 일을 할 뿐, 기능적으로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비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멕시코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자치경찰은 너무나 부패해 있고, 심지어 범죄 조직과도 유착돼 있는 탓에 믿을 수가 없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민간 방범대와 경찰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몰랐다”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비롯, 정부 측이 국가수비대 창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부패한 경찰’보다는 차라리 ‘강력한 군대’가 낫다는 얘기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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