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떠나며 에어포스원에서 문 대통령과 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북ㆍ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그간 북미간 대화가 교착 국면에 놓일 때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꼬인 실타래를 푸는 역할을 해온 데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남ㆍ북 정상회담과 한ㆍ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3국 정상간 연쇄 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ㆍ미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북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전화를 걸어 이뤄졌다. 오후 6시 50분부터 7시 15분까지 25분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문 대통령과 가장 먼저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서 회담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향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 협상을) 타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남ㆍ북 정상간 대화를 통해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향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천적으로 이행해 나가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가까운 시일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화답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에 동의해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남북, 한미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한 번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장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진 데 대해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상 차원에서 서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고 구체 사항을 협의한 만큼 후속 협의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반도의 냉전적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역사적 과업의 달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의지와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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