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근 우라늄 농축시설로 영변의 2배 규모
원심분리기만 최소 2000개… 플루토늄 시설보다 은폐 쉬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유로 “영변 핵시설 외 기타 시설의 해체가 필요했으나 김 위원장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비밀 핵시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결렬 직후 하노이 JW매리엇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 알파를 원했다”며 “나오지 않은 것 중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로 발견한 게 우라늄 농축시설과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발견한 핵시설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쪽은 평안남도 천리마구역 동쪽 끝에 위치한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미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미 정보당국이 2010년부터 강선에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고, 이곳의 농축 규모를 영변의 2배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선 지역에는 최소 2,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 대신 핵탄두 및 비밀 생산시설을 은폐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 농축시설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보다 훨씬 은폐가 용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북측 비밀 시설을 더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우라늄 시설은 은닉이 쉬운 시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 북측이 놀랐다는 것을 보면 강선 외 다양한 장소에 핵 시설이 분산돼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역시 전직 청와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강선을 포함해 최대 10곳에 이르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 생산시설과 핵무기 비축시설 등이 약 300곳에 가까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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