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1ㆍSK)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식어는 ‘에이스’다. 2007년 데뷔 시즌부터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 우승 반지만 4개를 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지난해엔 철저하게 구단의 이닝 및 투구 수 관리를 받으면서도 에이스 본능을 유지했다. 2018년 3월 25일 롯데를 상대로 치른 복귀전에서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해 기른 장발을 휘날리며 5이닝 무실점으로 화려한 귀환을 했다. 또 두산과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말 등판해 시속 150㎞의 강속구를 펑펑 꽂으며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28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장소인 구시가와구장에서 본보와 만난 김광현은 “주목 받는 경기에 워낙 많이 나가서 잘했던 경기가 돋보일 뿐이지, 안 좋았던 경기도 있었다”며 웃은 뒤 “강렬한 인상을 많이 남긴 투수라는 이미지가 나쁜 게 아니니까 끝까지 잘 유지해서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한’ 김광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61) 국가대표팀 감독이 첫손에 꼽을 1순위 선발 투수다. 선수 본인도 올해 ‘정규리그 180이닝+대표팀 20이닝’ 목표를 잡고 있을 만큼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가 남다르다. 김광현의 목표를 전해들은 김경문 감독은 “벌써 2승을 거둔 기분”이라며 흡족해했다.
11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 일본과의 준결승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실점 역투로 금메달까지 가는 길을 열었던 김광현은 “김경문 감독님을 아직 못 뵀는데, 제대로 인사를 한번 드려야 할 것 같다”며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고,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라 감사하다. 국가대표는 김경문 감독님이 아니었더라도 언제든지 뽑히고 싶은 자리다. 앞으로 잘해서 실력으로 당당하게 매년 부름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에 앞서 김광현은 소속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정조준한다. 올해는 구단의 관리를 받지 않고 1선발로 동료들과 똑같이 로테이션을 소화해야 한다. 1차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 라이브피칭, 자체 청백전 등판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실전 위주의 2차 오키나와 캠프에선 두 차례 연습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첫 등판은 오는 3일 KIA전이다.
김광현은 “지난해엔 처음부터 관리를 받고 시작했지만 올해는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로테이션을 잘 돌아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려고 한다”며 “올해는 개막 첫 등판 때부터 100개까지 던질 수 있도록 몸을 만들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엔 지난해까지 ‘원투펀치’를 이뤘던 메릴 켈리(애리조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팀을 떠났고, 투수조장까지 맡아 책임감도 더 생겼다. 김광현은 “브룩 다익손은 새로 왔고, 앙헬 산체스는 지난해 풀타임을 못 뛰었다. (문)승원이와 (박)종훈이가 나를 보고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니까 앞에서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긴다”며 “또한 투수조장이라 후배들이 날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행동 하나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오키나와=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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