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최고위서 대정부 투쟁 예고
전대에서 가까스로 50% 넘어
여론조사는 오세훈에 13%포인트 뒤져
태극기 부대 한계도 확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8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으라는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시작부터 보수진영을 결집해낼 강한 메시지를 먼저 던졌다. 방점은 통합에 쏠렸다는 평가다. 대세론 속에 전날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가까스로 50%를 넘긴 데다 여론조사는 오세훈 후보에게 13%포인트 뒤졌기 때문이다. ‘황교안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선 당심을 넘어 민심을 잡는 게 관건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 방문 계획도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를 주재하고 “국민이 원하는 당으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당으로 변모하는 일이 앞으로 우리의 큰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또 “우리가 큰 방향에서 어떻게 같이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통합이 가장 중요하고 선행돼야 하며, 당부터 통합이 되고 더 나아가 넓은 통합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앞서 취임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방명록에 “위대한 대한민국의 다시 전진, 자유한국당이 이뤄내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그는 현충탑 참배 후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보수ㆍ진보 가리지 않고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은 데 대해 그는 “우리나라가 화합해서 미래로 나아가야 된다는 간절함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방문)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전대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황 대표에겐 ‘민심 끌어안기’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오 후보가 31.1%로 예상 밖 선전을 한 데다 30%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는 50.2%를 획득, 황 대표(37.7%)를 13%포인트 차로 제치며 ‘민심은 오세훈’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황 대표가 전대 과정에서 탄핵의 절차적 문제와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심에 포인트를 줬다면, 앞으로는 민심으로 당을 끌어갈 수 있는 정치적 판단력, 중도층을 포섭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황 대표가 50%의 득표를 한 것은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의 폭정에 투쟁한다고 했는데 그것에만 집중을 해선 안 되고 당내화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공감할 수 있는 투쟁, 민심 속으로 들어가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태극기 부대 지지를 받은 김진태 당대표 후보자가 18.9%(3위)를 얻고, 김순례 의원이 3위(13.1%)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과 관련해, 당내 극우세력이 15% 안팎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입증했지만 동시에 한계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홍 소장은 “태극기 부대 위력의 최대치는 김진태 후보 득표율 정도이고, 최고위원 한 명 만들 정도에 그친다”며 “5ㆍ18 폄훼 논란 등 우경화 흐름 속에 중도보수층의 참여가 저조(최종투표율 25.4%)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극기 부대가 당내에서 확장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당 재정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4선의 한선교 의원을 내정했다. 황 대표와 같은 성균관대 출신인 한 의원은 한때 원조 친박으로 분류됐으나 2014년 박지만씨 비위 의혹 등이 담긴 청와대 문건 파동 이후 탈박(脫朴) 인사로 분류된다.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지만씨와 친분이 두텁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한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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