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협잡꾼, 거짓말쟁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의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 과거 10여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역할을 했던 마이클 코언(53)은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한때 자신의 ‘주군’이었던 인물을 이같이 묘사했다. ‘트럼프의 충복’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적으로 돌아선 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됐으며, 현재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상태다. 코언의 공개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실체에 대해 6시간 이상 진행된 코언의 폭로는 충격적 내용들로 가득했다. 그는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과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 수천건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로저 스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클린턴 후보 진영에 피해를 주는 이메일이 곧 공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알려진 인물인데, 그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앞에서 스피커폰으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코언은 “당시 스톤은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와 방금 통화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의 대선 공모 의혹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로 드러나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검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클린턴 측 이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넘겼으며, 스톤도 여기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자연히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연결 정황도 더욱 짙어진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과 관련, ‘스톤과 위키리크스를 포함해 누구와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코언의 증언을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거짓 해명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코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위협성 메시지’를 보내라고 지시한 횟수를 묻는 질문에 “지난 10년간 500회 이상일 것”이라고 답했다. 곤란한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 소송의 상대방 등이 협박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의 출신고교와 대학 등을 상대로 성적표나 대학입학시험(SAT) 점수를 누설하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가했다”면서 자신이 2015년 5월 코언이 뉴욕의 사립대 포드햄대 총장에게 직접 써서 보낸 서한도 공개했다. 대학 측 관계자도 증인으로 출석해 이를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적 발언’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이 통치하는 나라에 ‘거지소굴(shithole)’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느냐” “흑인들은 너무 멍청해서 나에겐 투표하지 않을 것” 등의 말을 했다는 게 코언의 증언이다. 이 밖에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 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을 지시했다는 종전 주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관련 수표 사본도 증거로 제출했다. 코언은 “개인 사업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직함을 ‘사소한 것’이라고 합리화했지만, 대통령으로선 ‘심각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NYT는 코언의 증언에 대해 “트럼프의 거짓말과 범죄가 광범위한 패턴으로 이뤄졌다고 비난한 셈”이라면서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대통령의 과거 최측근이 대통령을 이렇게 극적인 방식으로 공격한 적은 없었다”고 평했다. 폭스뉴스도 “코언이 청문회장에 폭탄을 던졌다”고 전했다. 코언은 28일 하원 정보위원회에도 출석해 증언을 이어가게 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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