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앤 여왕을 연기한 배우 올리비아 콜맨은 제91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뒤, "오 마이 갓!"이라고 외쳤다. 그는 생애 첫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글렌 클로스('더 와이프'), 레이디 가가('스타 이즈 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품에 안아 더욱 화제가 됐다.
수상 효과일까.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일별 관객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6만 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시상식 이후 서울 모처의 한 극장을 찾았을 때, 이 작품의 상영관은 평일 저녁임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배우의 연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절대 권력을 지닌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더 랍스터'로 제68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킬링 디어'로 제70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석권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다.
올리비아 콜맨은 괴팍하고 질투심이 강한 권력자이자, 변덕스럽고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앤 여왕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냈다. 가히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다웠다. 하지만 그의 연기가 더욱 빛난 건, 여왕을 두고 벌이는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의 팽팽한 대결이 있기 때문이었다.
엠마 스톤은 욕망을 품은 하녀 애비게일 힐 역을 맡았다. 수수하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이내 숨겨둔 발톱을 드러내며 여왕과 가장 가까운 공작부인 사라(레이첼 와이즈)를 위협한다. 눈치 빠른 사라는 애비게일의 의도를 읽고 여왕의 곁에 그를 둔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이미 여왕은 애비게일에게 홀린 뒤였고, 두 여인 사이에서 '밀당'을 감행하며 그 상황을 즐긴다.
사라 제닝스 역을 맡은 레이첼 와이즈는 과거 '미이라'로 국내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지난 2015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연출작 '더 랍스터'에서 주연을 맡아 콜린 파렐과 괴상하면서도 절절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당시 올리비아 콜맨은 적은 분량의 조연으로 출연했다. 이번 작품에선 주연으로 함께 이름을 올렸고, 두 배우는 양보 없는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극 중 레이첼 와이즈는 웬만한 남성보다 강한 심지를 지닌 공작부인의 얼굴부터 두려움, 복수심으로 가득한 얼굴까지 캐릭터의 심리를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극 후반 등장하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은 바라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엠마 스톤의 활약 또한 놀랍다. 그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통해 첫 노출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누드 촬영을 직접 제안할 만큼 열정적이었던 엠마 스톤. 당시 침대 위에서 함께 연기해야 했던 올리비아 콜맨은 그를 말렸으나, 감독은 엠마 스톤의 의사를 재차 확인한 뒤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두 배우의 몸을 내던진 연기 덕분에 작품의 긴장감은 더욱 배가됐다. 더불어 시시각각 변하는 앤 여왕의 히스테릭한 모습도 더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속 세 배우는 여우주연상을 함께 받아도 과하지 않을 최고의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지난 24일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올리비아 콜맨이 여우주연상으로 호명되자, 엠마 스톤은 즉각 기립해 눈물을 흘리며 축하했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여운 있는 수상의 순간이 탄생하기도 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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