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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지상파 위기 탈출구=평일 미니시리즈의 주말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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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지상파 위기 탈출구=평일 미니시리즈의 주말극화?

입력
2019.03.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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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SBS 제공
KBS2, SBS 제공

한동안 케이블 채널, 종합편성채널에 밀려 어깨를 펴지 못하던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위기 속 탈출구를 찾았다. 그런데 어째,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찾아낸 그 탈출구가 영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케이블과 종합편성 채널들이 장르물 드라마를 중심으로 신선한 소재, 파격적이고 퀄리티 높은 연출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들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며 시청률 경쟁에서 뒤쳐져 왔다.

그나마 지상파 드라마들의 자존심을 지켜줬던 건 여전히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해 오고 있는 주말 드라마들이었다. 소위 ‘막장’으로 일컬어지는 자극적인 소재와 답답하지만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전개, 혹은 전형적인 신파 가족극 등은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드라마’로 통용되며 지상파 주말극의 시청률을 책임지고 있었다.

평일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개선을 위한 뾰족한 묘수가 없었던 탓일까.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은 나란히 평일 미니시리즈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했다. 바로 흥행이 보장되는 주말드라마 포맷을 평일 미니시리즈에 그대로 끌어온 것이다. 최근 종영한 SBS ‘황후의 품격’과 현재 방송 중인 KBS2 ‘왜 그래 풍상씨’가 대표적인 예다.

‘황후의 품격’은 ‘왔다 장보리’ ‘내딸 금사월’ ‘아내가 돌아왔다’ 등 일명 ‘막장 주말극’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김순옥 작가의 첫 주중 미니시리즈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막장’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 것은 당연지사다. 당시 신성록은 이를 부정하는 대신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며 “막장이나 선정성을 우려하시지만 기존에 답습돼 왔던 것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를 잠재웠다.

‘황후의 품격’ 캡처
‘황후의 품격’ 캡처

하지만 이 같은 답변이 무색하게도 ‘황후의 품격’은 4개월 여의 방송 내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소재와 전개로 ‘막장’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유라(이엘리야)와 이혁(신성록)의 수위 높은 욕조 애정신을 시작으로 시멘트 고문신, 이혁의 앵무새 학대 논란 신, 종영을 하루 앞두고 논란에 방점을 찍었던 임신한 민유라의 성폭행신 등이 대표적으로 논란을 야기했던 장면들이다. 지난 11일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내용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빠른 전개와 주연 배우였던 장나라의 연기력은 시청률을 잡는 데 성공했고, 자체 최고 시청률 17.9%, 마지막회 시청률 16.5%라는 기록을 세우며 만족스러운 수치를 손에 쥐었다. ‘자극적인 소재에도 욕하면서 보는’ 주말극의 시청률 공식이 미니시리즈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 하지만 높은 시청률에도 그보다 진하게 남은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은 이 같은 성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현재 방송 중인 ‘왜그래 풍상씨’의 경우 전형적인 KBS2 가족극 주말드라마를 20부작 수목 미니시리즈로 압축시킨 작품이다. 앞서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왕가네 식구들’을 집필한 문영남 작가가 대본을,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을 연출했던 진형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주말극의 수목극화에 대해 제작발표회 당시 진형욱 감독은 “가족을 통한 사람 이야기를 20부작 드라마를 통해 압축해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말이나 미니를 나눠서 압박감을 갖기보단 작품 속 인물들을 최대한 현실처럼 보이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유준상은 “가족극이기 때문에 뻔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저 역시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대본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극을 꼭 일일, 아침, 주말에서만 보라는 법은 없지 않나. 공감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왜그래 풍상씨' 캡처
'왜그래 풍상씨' 캡처

하지만 글쎄다. 지금 ‘왜그래 풍상씨’는 말 그대로 ‘주말극을 20부작으로 압축한’ 형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목극 만의 트렌디함도, 주말극을 넘어선 특별함도 없다는 말이다. 다만 추가된 것이 있다면 기존 주말극에 비해 더욱 순수해 진 ‘동생바보’ 주인공과 진상을 넘어서 ‘막장’을 넘보고 있는 네 동생들의 공감 불가 행동들,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오해를 거듭하며 등을 돌리는 가족들의 철 지난 신파다. 결국 이들이 극 후반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화해를 할 것이라는 결말이 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형적인 ‘주말 가족극’ 전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 27일 방송분에서 1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2049 타깃 시청률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대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방송 전국기준 시청률은 12.3%이었지만, 2049 타깃 시청률은 2.7%에 불과했다. 21일 방송 역시 14.4%의 시청률에 반해 2049 시청률은 3.1%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곧 ‘왜그래 풍상씨’가 젊은 시청층을 흡수하는 대신 기존 주말극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을 그대로 이어 받으며 일련의 ‘성공적인 시청률 지표’를 완성했다는 이야기다.

어찌됐든, 시청률이 보장되는 주말극을 평일 미니시리즈로 끌어와 승부를 보겠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전략이 통하긴 했다. ‘황후의 품격’과 ‘왜그래 풍상씨’ 모두 전에 없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주말극 소재들이 언제까지 시청률을 보장해주리란 법은 없다. 게다가 평일 미니시리즈의 주 타깃이 돼야 할 젊은 시청층들은 식상함 대신 신선함에 열광하며 이 같은 지상파의 선택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눈 앞의 성적에 만족하기 보다는 하루 빨리 다른 탈출구를 모색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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