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3월 6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고인 물을 찾아 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나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한때 사람들이 잡아먹기까지 했었던 개구리나 뱀들이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한강 주변에 얼마나 많은 종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한강에서 살 곳을 잃은 양서류와 파충류

생태계란 생물과 무생물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하나의 조직체입니다. 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등의 생물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간의 먹이사슬을 통해 물질이나 에너지가 순환되고 있습니다. 개구리나 도롱뇽이 해당하는 양서류나 도마뱀, 뱀이 포함되는 파충류는 위의 생물요소 중에서 ‘소비자’에 해당하지만, 해충을 비롯한 여러 수서 곤충을 먹이로 하고 조류나 포유류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소비자의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서류는 물에 알을 낳고 물에서 올챙이 시기를 보내며, 성체가 된 후에도 물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가 없으므로 어떻게 보면 수질오염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서류나 파충류가 예전에는 사람들이 몸보신을 위해 잡아먹을 만큼 숫자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농작물의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거나 또는 이들이 살아갈 장소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서식지가 줄어들어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한강은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가 서울로 도읍을 정한 이래로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의 젖줄로, 또 한국경제의 대동맥으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강의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또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자연스럽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맹꽁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그러나 이 한강은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직선화됐고 강 양쪽이 콘크리트 블록으로 둘러싸이게 되었으며, 한강의 모든 지류에는 생활하수를 비롯한 여러 오염물질들이 나타나게 됐습니다. 그 결과 강 양쪽의 낮은 물에 있는 수초에 알을 낳는 개구리들이 알 낳을 곳이 없어져 점차 많은 종들이 한강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또 한강 주변의 논이나 밭 대신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래 살고 있었던 뱀들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서울을 떠났습니다. 따라서 서울 한강유역에 살고 있는 양서류와 파충류의 종류를 찾아보면 우리의 젖줄 한강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양서류와 파충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서류란 무엇일까요? 양서류란 양쪽에서 살 수 있는 종류, 즉 물과 뭍(육지)에서 살 수 있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진화학적 기원을 보면 양서류는 수중생활에서 벗어나 육상생활에 적응한 최초의 척추동물로, 어류와 파충류의 중간에 위치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7,100여종이 분류되어 있으며, 한국에는 2목 7과 21종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3억 6,000만년 전 고생대 후기의 실루리아기와 데본기에 처음 지구상에 출현해 석탄기와 페름기에 걸쳐 크게 번성했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춘 개구리와 도롱뇽의 출현은 중생대 중기인 쥐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서류는 다리가 없이 지렁이나 뱀 모양으로 생긴 영원류와 꼬리가 있는 도롱뇽류,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류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파충류는 육지생활에 적응한 최초의 척추동물입니다. 파충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공룡이지만 이들은 이미 중생대 후기에 멸종했습니다. 딱딱한 갑옷을 등에 짊어진 거북류와 긴 몸뚱이로 숲을 누비는 뱀이나 도마뱀, 거대한 입과 강력한 꼬리를 무기로 늪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악어류 등이 파충류에 속합니다. 이들은 모두 형태적으로는 다르게 생겼지만 모두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어 완전한 허파호흡을 하고 주위의 온도에 체온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변온동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파충류는 양서류에서 갈라져 나왔으나 그 초기 역사는 아직 상세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가장 원시적인 파충류 화석으로 알려진 것이 석탄기 후기의 화석화된 나무 속에서 발견된 바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7,300여종의 파충류가 살고 있으며, 한국에는 2목 11과 32종이 살고 있습니다.

무자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한국산(엄밀히 말하면 ‘남한산’) 양서류는 2목 7과 19종, 파충류는 2목 11과 30종이 있습니다. 그 중 양서류에서는 수원청개구리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멸종위기종) Ι급으로, 고리도롱뇽,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Ⅱ급으로 지정돼 있으며, 파충류에서는 비바리뱀이 멸종위기종 Ι급으로, 표범장지뱀, 구렁이, 남생이가 Ⅱ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한강에는 어떤 양서류와 파충류가 살까

한강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생각보다 한강유역에 살고 있는 양서ㆍ파충류에 대한 조사는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한강유역에 살고 있는 양서류는 도롱뇽, 두꺼비, 청개구리, 맹꽁이,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참개구리, 옴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9종이 있고, 파충류는 아무르장지뱀, 줄장지뱀, 유혈목이, 무자치, 누룩뱀, 쇠살모사, 살모사, 남생이, 자라, 붉은귀거북, 노란배거북 등 11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서류 중에서 두꺼비는 예로부터 집안을 지켜주는 영물로 간주됐으며, 실제로 이들이 장마철에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집안까지 들어와 해충을 잡아먹어 줌으로써 사람들의 생활에 이로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서울 한강유역에는 그리 많이 분포하고 있지 않아, 양재천, 탄천, 안양천 주변에서 살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우리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고 흔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한강 본류에서는 조사된 기록이 없고 한강 지류 중 왕숙천, 중랑천, 경안천, 여의도 샛강, 창릉천에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Ⅱ급인 맹꽁이는 양재천, 난지천, 안양천에서 기록이 됐고 봄의 전령인 한국산개구리는 양재천, 경안천, 탄천, 중랑천, 안양천, 홍제천에 살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참개구리는 우리 주변에 흔한 개구리 중 하나로 한강 본류에서도 발견이 됐으나 최근에는 탄천에서만 발견되는 종입니다. 옴개구리는 중랑천, 양재천, 경안천, 창릉천, 안양천에서 관찰됐고 생태계교란야생동물(생태계교란종)인 황소개구리는 한강 본류 행주대교 부근과 양재천, 중랑천에서 발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산개구리가 한강유역의 가장 많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모사.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콘크리트가 막아버린 서식처

파충류는 10종의 분포가 기록돼 있으나 한강 본류의 밤섬 일대에서만 자라와 멸종위기종 Ⅱ급인 남생이가 발견됐고 무자치는 한강 본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강 지천에 서식하고 있어 토종 파충류 중 가장 많은 지점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외에 아무르장지뱀, 줄장지뱀, 유혈목이, 누룩뱀, 쇠살모사, 살모사 등 대부분의 종들이 한강 지천의 한두 곳에서 발견이 될 뿐이고 한강 본류를 비롯한 모든 한강 지천에서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과 노란배거북이 살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상과 같은 결과로 볼 때, 현재까지 한강 본류는 다양한 양서ㆍ파충류가 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한강 양쪽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들이 주변 습지와의 왕복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둘째, 한강 본류 주변이 대부분 사람들이 주거하거나 이동하기 위한 시설로 돼 있어 이들이 외부로부터 유입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한강 지류 중에서는 양재천과 중랑천이 가장 많은 양서ㆍ파충류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어 자연형 하천으로의 변경이 이들의 생활에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붉은귀거북.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다만 생태계교란종인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이 한강에 살기 시작했는데, 황소개구리의 경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미뤄보아 아직까지 이들이 한강 본류까지는 침투하지 못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붉은귀거북은 한강 어느 곳에서도 쉽게 발견되고 있어 이들의 관리 및 퇴치에 점차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새롭게 나타난 붉은귀거북은 천적인 맹금류가 많지 않아 생태계에 많이 번지게 됐고 토종 개구리를 비롯한 물고기를 침식하게 됐습니다.

언젠가 필자는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을 만나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오고 간 대화로 이 글의 맺음을 하고자 합니다. “개구리와 사람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개구리도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 어찌 사람이 살 수 있습니까?”

서재화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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