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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경제 돕겠다”… 김정은 “불신ㆍ오해 다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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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경제 돕겠다”… 김정은 “불신ㆍ오해 다 깼다”

입력
2019.02.28 04:40
수정
2019.02.28 23: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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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 260일 만에 재회

북미, 만찬 테이블 밑 보이지 않는 ‘+α’ 탐색전’

친교 만찬서 ‘하노이 성명’ 내용 결정됐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현지시간)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친교 만찬 식탁에 옆으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현지시간)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친교 만찬 식탁에 옆으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북미 정상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재회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처음 만난 뒤 260일 만이다. 1박 2일 일정이어서 28일에도 회담이 이어지지만, 이날 첫 회동과 양측 핵심 인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직후 ‘친교 만찬’에서 ‘하노이 공동성명’의 내용이 사실상 결정됐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28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하노이 서밋’ 일정에 들어갔다. 두 정상은 단독 회담 직전 약 9초간 악수한 뒤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혔다. 만면에 미소를 띤 모습으로 처음 만났던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과 달리, 이번 만남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긴장한 듯 경직된 표정이었다. 악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등을 한쪽 팔로 감싸고,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팔에 살짝 손을 올리는 등 가벼운 스킨십과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눈 뒤에야 두 정상은 미소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생각해 보면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며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불신과 오해의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고 다시 마주 걸어서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회담 성사가 “각하(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2차 회담이 1차 회담만큼, 아니 더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어 “가장 큰 진전은 우리 북미관계가 개선됐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고 그래서 훌륭한 미래가 훌륭한 지도자 아래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모두 발언에서 “김 위원장과 제 관계는 아주 특별하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북미 정상이 서명할 하노이 성명에 반드시 담길 것으로 전문가들이 점치는 아이템은 영구 폐기가 전제인 영변 내 핵 시설의 동결(가동 중단)과 종전(終戰) 또는 평화선언,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등 세 가지다. 북한이 줄곧 요구해 온 대북 제재 해제ㆍ완화 여부나 수준은 그들의 비핵화 약속이 얼마나 과감한지에 달렸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플러스 알파’(+α)의 최종 결정은 북미 정상의 몫이다.

하노이 성명은 지난해 6월 첫 담판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항들을 구체화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미 관계 정상화→ 항구적 한반도 평화 구축→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였던 순서가, ‘비핵화(북)→ 상응 조치(미)’로 바뀌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결국 북한이 얼마나 양보하느냐가 협상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미 당국자들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일단 현재 미국의 목표는 최대한 완결된 형태의 핵 동결인 것으로 짐작된다. 영변 안팎을 막론하고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 물질을 생산하는 북한 내 시설 전부를 완전히 제거하는 건 물론, 생화학무기를 아우르는 대량파괴무기(WMD)와 장거리 핵 탄두 운반체(미사일)까지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공장들을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북한이 가진 핵 무기 보유 규모는 현 수준에서 더 커지지 않는다.

핵 무기를 줄이고 없애는 과정은 이렇게 단단히 묶어놓은 다음에 착수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려면 감축ㆍ폐기 대상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필수 조건이 포괄적인 북한의 핵 목록 신고다. 리스트를 갖고 있어야 사찰을 통한 검증이 가능하다. 물론 영변 핵 시설 폐기 역시 국제사회의 철저한 검증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다만 범위가 부분적일 수 있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가령 영변 시설 폐기가 끝날 때까지 전면 핵 신고는 유보된다. 신뢰가 쌓여야 핵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미국이 양해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핵 무기를 비롯한 모든 WMD와 운반체를 북한이 완전히 포기하게 될 때까지의 단계별 일정, 즉 로드맵에 합의하는 게 미국의 궁극적 대북 협상 목적이다.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의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하노이=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의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하노이=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순순히 북한이 미국 요구를 수용할 리는 없다. 자발적인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로 ‘미래 핵’(핵 능력 고도화)을 조건 없이 포기하고, 6ㆍ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 역시 성실히 이행한 자기들의 실천 노력에 미국의 보상 노력이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 북한의 인식이라는 게 여러 소식통들 전언이다. 그래서 미국이 상응 조치를 내놓기 전에는 영변 핵 시설 폐기도 못해주겠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관영ㆍ선전 매체들을 동원, 북한이 촉구 중인 미측 상응 조치는 경제 제재 해제다.

결국 협상은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으로부터 미국이 한꺼번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전향적인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느냐에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평화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같은 초보적인 체제 안전 보장 및 관계 개선 조치로 영변 동결 수준의 부분적인 초기 비핵화 조치만 얻어낼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자국 내에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다 돼 가는 김 위원장도 미지근한 합의가 못마땅하리라는 건 마찬가지다.

외교 소식통은 “철저한 검증이 수반된 영구 폐기 과정 진입을 뜻하는 영변 시설 동결 착수와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제재 면제 허용을 맞바꾸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어느 정도 양측의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모두 이행할 수 있는 출발점 정도만 마련된다면 포괄적인 협상 출구에 합의하지 못해도 긍정적 결과”라고 했다.

전날 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30분간의 환담 및 단독 회담에 이어 약 1시간 30분간의 친교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는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하노이=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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