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향후 5년 동안 연구개발(R&D)과 미래기술 분야 등에 약 45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5년간 현대차의 연평균 투자액(5조7,000억원)보다 60%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2.1%에 불과했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2022년까지 7%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차 지분(약 3%)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고액 배당 요구 등 공세가 이어지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주가를 끌어 올려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중장기 경영 전략 및 중점 재무 전략을 공개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날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조기에 회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선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 간 신차 등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분야 20조3,000억원, 모빌리티ㆍ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분야 14조7,000억원 등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요를 이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7년 4종이었던 SUV 모델을 2020년 8종으로 늘리고, 고급차 시장에서는 지난해 1만580대(점유율 1.6%)에 불과했던 미국 내 제네시스 판매를 올해 3만1,000대(4.8%)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2년 기준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 9%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차가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를 밝힌 건 처음이다. 업계에선 저조한 실적을 이어온 현대차의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현대차가 이례적으로 수익성 목표까지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각각 2.1%, 1.9%였다. 현대차는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자본 운용정책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잉여현금흐름(FCF)의 최대 50%를 배당하겠다”며 “앞으로 글로벌 업계 평균 수준의 배당성향을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이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 14조~15조원 수준의 필수 유동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8조원에 달하는 만큼 고액 배당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던 엘리엇의 주장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매년 1조원 수준 이상의 시장친화적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적정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운전자본, 우발 위험 대응, 기타 사유 등에 대비해 약 24조~25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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