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에서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인공강우 예상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았고, 이에 따라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서해 상공에서 진행한 인공강우 실험 상세분석 결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27일 발표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구름 씨 살포 후 대기 중 구름 발달이 확인되고 일부 섬에서는 강우가 감지됐다”면서도 “지상 부근 대기가 건조해 내륙에서는 강우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인공강우 영향 예측 지역인 영광ㆍ나주 등 내륙 지역에서 강우가 관측되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전남 영광군 북서쪽 110㎞ 서해 위 하늘에서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구름씨앗 역할을 하는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살포했다. 이후 구름 내부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작은 구름입자는 1.7배, 큰 구름입자는 4.0배, 비로 떨어지는 강수입자는 3.4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소탄 살포로 구름이 발달하며 전남 신안군 장산도 등 일부 섬에선 비가 2회 감지됐지만 내륙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다. 미세먼지는 실험 시작 후 오전에 조금 줄었다가 오후에 늘었는데 농도 감소는 인공강우가 아닌 바람의 영향이고 농도 증가는 외부 대기오염물질 유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연내에 14차례 추가로 인공강우 실험을 할 계획이다. 다만, 14번의 실험이 모두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을 위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내륙보다 상대적으로 실험이 어려운 바다 위에서 인공강우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증우량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리간지에(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을 만나 인공강우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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