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보육기관 이용자 중심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에만 몰두해, 공무원들은 편했을지 몰라도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
아동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저출산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보육전문가들의 제안이 나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저출산정책의 핵목표는 양육부담의 경감이었지만 이는 출산율을 높이는데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아동이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보육료·가정양육수당 등 양육비 지원을 강화해왔음에도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에는 결국 ‘내 아이가 태어나도 행복하다는 보장이 없다’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점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27일 국회에서 개최한‘아동중심 양육지원체계 개편 세미나’에서는 정부가 육아비용지원에만 매달리면서 결과적으로 부모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이용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고 인식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육아가 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이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나 수면권 등 아동의 행복이 도외시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7년 펴낸 ‘아동의 웰빙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와 주관적 웰빙, 부모와의 대화시간과 관계지수는 하위 30%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옥경 교수는 “아동들이 ‘우리 사회가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구나’라고 느끼도록 제도를 바꿔야, 이 아이들이 청년이 돼도 ‘세상이 괴로워서 아이를 안 낳겠다’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최은영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역시 “서구에서도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시기가 있었지만 이젠 보육시설 품질과 부모의 양육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인프라지원은 유지하되 아동의 관점에서 양육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실장은 “공적 보육체계가 돌보던 영유아들은 초등학교 입학해도 학원 등 사교육으로 옮겨가 ‘학원 뺑뺑이’를 하는 경향이 지속된다”면서 “양육정책을 설계할 때 아동의 행복, 웰빙 등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보육사업지원국장은 “한국은 1회성 부모교육이 많은데 영국은 12, 13주 프로그램이 기본”이라면서 “부모가 아동을 어떻게 돌보는지 가르쳐주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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