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돌입한 반면 정작 본국에선 정치적 생명까지 좌우하는 초대형 이슈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뒤집어버릴 의회 입법 작업이 본격화한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불법 행위를 폭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쓸 예산 마련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찬성 245표 반대 182표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우려되는 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이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상ㆍ하원을 모두 통과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마저 반기를 든 결과가 도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정치적 입지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NYT는 “여야의 반대 속에서 국경장벽 건설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간 ‘의혹’에 머물렀던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비위에 대한 ‘구체적 증언’도 예고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26일 상원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했던 코언이 공교롭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7, 28일 하원 감독개혁위와 정보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며 암약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감형받는 ‘플리바겐’을 전제로 특검에 협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변심한 옛 부하의 저격을 코앞에 둔 셈이다.
코언은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과연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내가 직접 밝힐 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WP는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묘사할 것”이라며 “개인 차원의 탈세와 대선 기간 이뤄진 금융 거래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증언이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언은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러시아와의 공모에 깊게 개입했던 인물로도 꼽힌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입막음 작업도 직접 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구체적 물증이 제시될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할 결정타는 결국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뮬러 특검은 이번 주 중 조사 결과를 법무부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의 대선 개입 공모 의혹이 조사 결과 사실로 나타날 경우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탄핵 문제가 급부상할 여지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22일 “(러시아와의) 공모는 없었다, 방해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다”는 등 관련 의혹을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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