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1~4면에 현지 소식… 대외적으론 ‘정상국가’ 모습 과시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동향과 일정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 과거 최고 지도자의 외국 방문 소식은 도착 후 시차를 두고 짧게 보도하거나, 방문이 끝나고 소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반영된 동시에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동지가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 정형을 보고받으셨다”고 보도하며 김 위원장이 실무진들과 회의를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원형 탁자에 앉아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과 오른쪽에 리용호 외무상이 앉아 경청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 왼쪽으론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이 배석해 발언을 적고 있었다.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조율한 실무진과 회의하는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일정도 공개했다. 이 매체들은 “최고영도자 동지는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상봉하시고 역사적인 제2차 조미 수뇌회담을 진행하시게 되며 3월 1일부터 2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 방문하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행을 위해 평양역을 출발하기 전까진 2차 북미 정상회담 언급을 삼가던 북 매체들이 그가 평양을 출발한 다음 날부턴 신속히 보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매체들은 전날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 상황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전용열차가 도착한 국경역에서부터 숙소가 위치한 하노이시에 이르는 수백리 연도에는 수많은 각 계층 베트남 인민들이 두 나라 깃발과 꽃다발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다”고 묘사했다. 또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을 당시 보 반 트엉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교육부장 등 베트남 관계자들과 김명길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 등이 맞이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묵을 장소인 멜리아 호텔을 언급하기도 했다.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방문과 관련한 보도에는 김영철ㆍ리수용ㆍ김평해ㆍ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 인원들의 이름을 빠짐 없이 담았다.
북한 주민들이 읽을 수 있는 노동신문은 이날 1, 2면에 김 위원장이 랑선성 동당역을 거쳐 하노이 멜리아 호텔로 향한 소식을 소개하면서 전용열차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의 모습과 도로변의 베트남 환영 인파 등의 사진 13장, 김 위원장이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한 사진 4장 등 총 18장의 사진을 실었다. 3, 4면에도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 관련 소식이 채워졌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협 가능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매체도 있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경협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이날 이명박 정권의 금강산관광 중단과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폐쇄를 비난하면서도 “북남관계와 관련한 법률들을 새로 제정하거나 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남관계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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