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철거 챔버, 달맞이길에 복원
작가 부인 해운대구청장에 감사편지
“챔버(꽃의 내부)가 달맞이언덕에서 두 번째 삶을 산다는 사실에 우리 가족 모두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됐다가 고철로 처분된 미국 설치미술의 거장 고(故)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챔버(꽃의 내부)’가 해운대구 달맞이길 관광안내소 인근에 다시 설치된다. 이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해운대구에 편지를 보내, 재설치에 힘쓴 주민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7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6일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메일로 고인의 부인 에이미 오펜하임씨의 편지가 도착했다. 에이미씨는 편지에서 “챔버 유치 시민 서명운동의 주최자들과 서명부에 서명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서 “챔버로 인해 달맞이언덕이 문화와 정신의 중심이 되고, 모든 사람을 위한 광장으로써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맞이언덕 주민과 상인들은 지난달 중순 자신들이 모은 1,000여명의 작품 유치 동의 서명지를 유족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유족 측 전문가가 직접 달맞이언덕을 찾아 설치 장소로 적합한지를 둘러봤고, 흔쾌히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에이미씨는 작품 유치 운동을 벌인 달맞이언덕 주민 이름을 일일이 편지에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한기늠씨가 묘사한 것처럼 대한 8경 중 하나인 달맞이언덕에 작품을 설치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며 “우리는 이 작품의 주제, 규모, 의도, 그리고 예술가의 철학이 매우 특별한 장소에서 더욱 중요해진다는 채민정씨의 말에 동의한다”고 적었다. 이어 “달맞이 언덕에 작품을 유치해야 함을 주장하고, 시민 서명 운동을 이끈 서숙희씨에게도 감탄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작가의 정신은 달맞이언덕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챔버는 해운대구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의뢰해 국제공모를 거쳐 2011년 3월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한 조각작품이다.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 규모인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파이프와 폴리카보네이트 반달봉으로 만든 9개의 꽃잎 사이를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작가 오펜하임씨는 작품 완성을 목전에 두고 2011년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 챔버는 그의 유작이 됐다.
해운대구는 2017년 12월 바닷바람과 태풍에 손상돼 더는 전시가 힘들다고 판단, 작품을 유족들과 비엔날레 관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산업폐기물로 처분했다. 이후 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재설치장소를 달맞이언덕으로 정하고, 올해 말 복원을 목표로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 사업자 선정과 공공조형물 심의 등에 나설 계획이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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