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식민주의 양식으로 건축… 미국 폭격 때 숨었던 방공호도 보존
베트남의 식민역사와 독립 전쟁의 역사가 고루 담긴 곳이 북한 비핵화의 미래를 좌우할 이른바 ‘하노이 선언’ 발표 장소로 낙점됐다. 1901년 당시 베트남을 통치했던 프랑스가 고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이하 메트로폴) 호텔이다.
식민지 원주민에게 위압감을 주는 큰 기둥이 특징인 프랑스 식민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메트로폴 호텔은 100여년간 전쟁과 반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36년 영화감독이자 배우였던 찰리 채플린(1889~1977년)이 신혼여행으로 이곳을 찾았고,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1904~1991년)과 배우 서머싯 몸(1874~1965년)도 이 호텔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했다.
냉전의 상흔도 남아있다. 호텔 수영장 옆에는 1960년대 베트남전 당시 투숙객들이 폭격을 피해 숨었던 방공호가 2011년 발견돼 보존돼 있다. 반전운동가이자 가수인 존 바에즈는 1972년 미군이 폭격기를 동원해 폭격했던 ‘크리스마스 대공습’ 당시 이곳에 숨었다. 반전 운동을 했던 미 영화 배우 제인 폰다도 1972년 호텔에 투숙하며 폭격 때마다 방공호에 들어갔다.
이 호텔은 베트남전이 끝난 지 22년 만인 1997년 6월 로버트 맥나마라(1916~2009년) 전 미국 국방장관과 응우옌꼬 탁 전 베트남 외무장관 등 베트남전 당시 협상을 벌였던 이들이 마주앉아 3박4일간 ‘하노이 대화’를 나눈 곳이기도 하다. ‘하노이 대화’에서 이들은 전쟁을 피할 길은 없었는지,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참회하고 반성했다.
이 밖에도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과 베트남전 포로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미국 정치인들도 이곳에서 묵었다.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등도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이곳에서 지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매리엇 호텔보다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지나치게 가까워 의전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역사적 의미와 회담 동선을 짜기에 적절한 내부 구조 등을 고려해 최종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후 6시40분 두 정상의 단독회담을 앞두고 26일 오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호텔을 직접 방문해 회담장 준비상황을 체크했다. 회담은 신관(오페라 윙) 로비 바로 왼쪽 복도에 위치한 대회의장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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