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기념 티셔츠와 성조기ㆍ인공기 등도 인기
거주 인구 750만명이 넘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평소에도 교통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이하는 이번 주는 교통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도 있었던 두 정상을 위한 엄중한 교통 통제가 하노이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차례로 하노이에 입성한 26일부터 하노이 시내 곳곳이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 두 정상의 보안과 신속한 이동을 위해 베트남 당국이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치안 유지를 위해 장갑차까지 시내에 등장했다. 하노이 시민들이 선호하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는 도로 대신 인도로 움직이고 있다. 몇몇 노천카페는 인도에 늘어 놓은 테이블을 치우라는 요청을 받았고 일부는 아예 임시 폐쇄되기도 했다.
당국의 통제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부터 더욱 삼엄해졌다. 하노이타임스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일부 도로에서 차량과 오토바이의 통행이 제한됐고 28일에는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회담장인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일대가 완전히 폐쇄된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정상들과 만날 것으로 보이는 3월 1일 오후 역시 대대적인 통제가 예고돼 있다.
그럼에도 하노이의 몇몇 주민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텔 접수원 탐 마이(30)는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어차피 오토바이로 통근하는 데다 교통이 어려운 건 평소도 마찬가지다. 약간 일찍 출근하면 된다”고 말했다.
◇축제가 된 정상회담
반면 하노이 거리는 많이 예뻐졌다. 지난 2주간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거리를 청소하고 꽃을 심었으며 큰 트럭이 도심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외교관과 취재진으로 인해 호텔은 가득 찼고 택시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일종의 구경거리로 받아들이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장갑차 옆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멜리아 호텔 인근에서 기자들과 마주친 기업가 호앙 쑤언 뚜이(53)는 지난 25일 하노이에서 100㎞ 떨어진 하이퐁에서 왔다며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 기념 티셔츠를 입고 미국 성조기를 들었다. 그는 “북한 인공기도 구매하려 했지만 이미 동이 났다”고 했다.
두 정상의 얼굴과 ‘평화 하노이, 베트남 2019’라는 글귀가 있는 정상회담 특별 티셔츠를 디자인한 쯔엉 타인 득(57)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애 가장 잘 팔린 상품”이라며 “넘치는 주문에 총력을 다해도 공급이 달린다”고 말했다. 득은 과거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티셔츠를 디자인한 바 있다. 티셔츠 한 벌의 가격은 10만동(약 5,000원). 득은 수익금을 빈곤한 이들에게 빵을 기부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JW 메리어트 호텔 건너편에 있는 ‘데우 핫팟 뷔페’라는 식당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크게 그려 놓았다. 식당 매니저 응우옌 반 꽝(29)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JW 메리어트 호텔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정해진 이후, 이 식당은 23일부터 28일까지 ‘보안상의 이유’로 문을 닫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꽝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할 때도 문을 닫은 적이 있다며 당국의 조치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시민들은 1999년 유네스코로부터 ‘평화의 도시’로 지정된 지 20주년을 맞은 올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하노이 하이바쫑 군의 주민 호앙 투 중은 하노이타임스에 “베트남, 특히 하노이는 국제 행사 주관 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베트남이 국제사회에 안전한 장소라고 알려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동다 군에 거주하는 응우엔 후 록은 “하노이가 평화롭고 친절한 곳으로 알려질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이건 베트남인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의 기대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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