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수(45) 청주 KB스타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세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안 감독의 KB스타즈는 27일 현재 25승6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남은 4경기에서 2승을 추가하면 2위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KB스타즈의 정규리그 1위는 2006년 여름리그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특히 통합 7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과 7차례 맞대결에서 5승2패로 앞선 것이 고무적이다.
안 감독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아직 4경기가 남아 있어 정규리그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번 시즌 개막 전 모든 팀 감독님들이 우리를 우승 후보로 찍어 부담도 됐지만 선수들과 함께 어려운 과정을 잘 헤쳐나갔다”고 돌아봤다.
1위를 확정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는 창단 첫 우승 꿈 때문이다. KB스타즈는 그 동안 정규리그 1위를 두 차례 차지했지만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에 오른 적이 없다. 1위를 차지하면 챔프전에서 3전2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오는 팀보다 체력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오른 KB스타즈는 1위 우리은행에 3패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졌다.
안 감독은 “구단에서 날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며 “나보다 KB스타즈 유니폼을 오래 입고 뛴 선수들에게 더욱 챔피언 반지가 간절할 것이다. 반드시 1위로 정규리그를 끝내서 챔프전 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휴식과 전술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감독은 부임 3년 만에 한국 농구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떨쳐냈다. 그는 삼일중을 졸업한 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일본에서 다니며 선수 생활을 했다. 1997년 프로농구 서울 삼성에 입단했지만 한 시즌만 뛰었고, 2000년 은퇴 이후엔 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을 지냈다. 그리고 2007년부터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샹송화장품 여자농구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0년 가깝게 지도자 역량을 갈고 닦은 그는 2016년 KB스타즈의 사령탑 제의를 받고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에서 감독으로 첫 발을 뗐다.
안 감독은 “감독직을 수락할 당시 책임감을 갖고 죽기살기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여자농구, 선수 성향, 감독 경험이 없어 걱정도 됐다”면서 “실제 부임 첫해 (박)지수가 청소년 대표팀에 다녀와 몸 상태도 좋지 않았고, 나도 정신이 없어 성적이 안 났다”고 힘겨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자칫 한국 여자농구의 10년을 책임질 ‘빅맨’ 박지수를 품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뻔 했지만 안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3위로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다.
힘겹게 감독 신고식을 치른 그는 지도자로 내공이 쌓였다. 첫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경험 덕에2017~18시즌 챔프전 진출, 그리고 이번 시즌 드디어 1위로 챔프전 직행 직전이다. 안 감독은 “스스로를 다른 팀 감독님들보다 전술, 전략이 뛰어나다고 생각 안 한다. 난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경기를 못 뛰더라도 훈련 때 상대 팀으로 같이 뛰어준 선수들, 발목이 안 좋아 일본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던 주장 강아정, 부담감을 이겨낸 박지수와 염윤아 등 모든 선수 덕분에 가장 높은 자리까지 왔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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