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공군이 48년 만에 접경지대를 넘어 파키스탄 지역을 공습했다. 서남아시아의 앙숙인 두 나라 사이의 군사 긴장이 최고수위로 치닫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핵무기 보유국인 탓에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국제사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가디언과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비자이 고칼레 인도 외교부 차관은 "오늘 오전 인도 공군이 통제선(LoC)을 넘어 카슈미르 바라코트 지역 테러리스트 캠프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인도 공군이 사실상 국경인 LoC를 넘어 파키스탄 공습에 나선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
고칼레 차관은 "그곳은 테러리스트 집단 자이쉬-에-무함마드의 파키스탄 내 가장 큰 훈련 캠프였다"면서 "오늘 공격으로 캠프는 완전히 파괴됐으며 많은 수의 테러리스트와 훈련 요원, 간부 등이 제거됐다"고 덧붙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공습 직후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 LoC 주변 군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날 오전 3시 30분쯤부터 시작된 공습에는 프랑스제 미라주 2000 전투기 12대가 동원돼 무게가 1t 넘는 폭탄 수십 발을 투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캠프 내 무장 병력 200∼300명 가량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인도 공군의 공습으로 '카슈미르 테러'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분위기다. 파키스탄군 대변인인 아시프 가푸르 소장은 "인도 공군이 정전 협정을 위반하고 LoC를 침범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파키스탄 공군이 곧바로 출격했고 인도 공군기는 물러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피해 상황에 대해 "공격받은 건물은 없으며 사상자도 없다"면서 피해 지역 사진을 공개하고 인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파키스탄은 그간 자국 내의 테러리스트 근거지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설령 인도 측 주장처럼 테러리스트 캠프가 괴멸됐다고 할지라도 이를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양측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는 분위기지만 전면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고, 분쟁지인 카슈미르에는 양국 군인 수십 만명이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각각 독립할 때부터 카슈미르 영유권을 다퉈왔으며,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른 뒤에도 LoC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대치하고 있다.
최나실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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