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모비스 대표이사에
정의선(49)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는다. 정몽구 회장 대신 사실상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수석부회장에게 권한을 집중시켜 ‘3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면 책임 경영이 강화되고, 그룹 지배구조개선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정 수석부회장의 신규 대표이사 선임 추진 안건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다음달 22일 열릴 주주총회 직후 별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확정할 계획이다. 해당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대표이사는 4명이지만 실질적 경영권한은 정 수석부회장이 갖는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체제 구축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들어 국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 채용 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직무 중심 상시 채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외부 인재를 경영진으로 영입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근무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실시하는 등 보수적이었던 기업 문화를 바꾸는 혁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사내ㆍ외이사들도 대거 확충했다. 우선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이 다음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의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어만 사장은 신임 사내이사로서 미래 비전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전반에 기술 트렌드와 글로벌 감각을 접목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또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확정했다. 현대차와 별도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도 신규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제안했다. 현대차와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총 6명 가운데 3명이 다음달 주총에서 표결을 통해 뽑힌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사외이사 추천은 현대차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윤치원 부회장이 맡을 예정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선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공개한 지배구조개편 방안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지배회사 역할을 맡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또 이번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에 외국인 전문가 2명을 선임하기로 했다.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은 현대모비스 창사 이래 처음이며, 2명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운영하는 것도 국내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은 그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반기를 들어온 엘리엇이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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