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 김정은 숙소 삼엄한 통제
“호텔 로비와 2층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식당에 갈 게 아니라면 방으로 올라가 달라.”
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낙점된 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멜리아 호텔은 26일(현지시간) 아침부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8시 27분 베트남ㆍ중국 접경지역인 랑선성 동당역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전에 호텔 내 대부분 구역에서 통제가 시작됐다. 당초 호텔 내에 있었던 투숙객이 아니면 호텔에서 한 블록 이내로도 진입이 안 됐다. 1, 2층에 잠시 앉아 있으려는 기자에게도 호텔 관계자와 베트남 공안으로 보이는 사복경찰로부터 ‘떠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김 위원장 도착 2시간 전인 오전 9시쯤 북측 관계자들은 로비를 사실상 점령하다시피 하며 숙소 최종 점검에 나섰다. 호텔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에도 만약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거구의 경호원 10여명이 늘어섰다. 이어 약 1시간 후 호텔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까지 레드카펫이 깔리자 ‘철통 경호’는 극에 달했다. 일부 남아 있던 미국, 일본 등의 취재진과 일반 투숙객 20명 내외가 순식간에 레드카펫에서 20~30m가량 떨어진 로비 구석의 식당에 갇혔다. 경호요원들은 사진 촬영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가림막을 설치했다. 앞서 동당역에 들른 김 위원장이 현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친화적인 정상국가 원수 이미지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과도한 통제로 투숙객과 경호인력 간 신경전이 가열되려던 찰나, 오전 10시 58분쯤 마침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김 위원장이 검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들과 경찰차, 장갑차 등의 호위를 받으면서 호텔에 도착했다.
10세 정도 돼 보이는 하얀 원피스 차림의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은 김 위원장은 이내 ‘007가방’을 든 경호원 둘을 앞세우고 객실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 10여명의 간부가 김 위원장을 따랐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도 옅은 미소를 띈 채 뒤를 이었다. 오랜 여정에 피곤했는지 김 위원장과 일행이 방에 오르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당초 김 위원장 숙소에 차려졌던 미국 백악관 프레스센터가 이날 급히 장소를 옮긴 데는 북측의 요청이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백악관 관계자를 비롯해 출입기자 수십명이 드나드는 걸 김 위원장의 경호 인력이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실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미디어센터가 멜리아 호텔에서 국제미디어센터(IMC)로 옮길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노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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