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 “한번 가야 하지 않을까”… 이르면 4월 한미 정상회담 시사
청와대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르면 4월쯤 방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가 방미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차 북미회담 후속 논의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19일 한미 정상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를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할 얘기가 많다’고 해 ‘조만간 만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난다면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 한번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는 대로 문 대통령과 통화해 회담 결과를 소개하고 한미 정상 간 만남을 위한 구체적 일정 등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앞선 19일 한미 정상 간 통화 결과 서면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며 그 결과를 문 대통령과 공유해야 하기에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뜻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청와대는 방미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3월 하순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3월은 미중 무역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언급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징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북미 양국 간 정전선언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후 전개될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할 주요 당사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림이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역 협상에서) 양측 모두 추가적인 진전을 이룬다는 가정 하에 시 주석과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마라라고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자신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3월 하순쯤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3월 말 또는 4월 초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 또한 자연스럽게 순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한미 정상회담이 마냥 늦춰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퇴임하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취임하는 5월 1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도 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그때까지는 (공백이) 너무 길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조기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북미회담에서 큰 진척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북한 경제 개방 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궁극적으로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ㆍ투자하고 경제협력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북미 간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종전선언)을 기대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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