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 친교만찬서 8개월 만에 재회… 핵심 측근 2명씩만 동석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담판 2라운드가 27일 저녁 하노이에서 열린다. 주인공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그러나 8개월 만에 마주한 두 인물은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각각 최대한의 실리 확보를 위해 ‘친교 만찬’마저 치열한 수 싸움의 현장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미 양측의 힘겨루기 때문에 26일 저녁에도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양측 의전팀이 함께 점검했던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와 이튿날 정상회담이 열릴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이 만찬장으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경호 문제로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열흘 전부터 외벽 칠 공사와 바닥 카펫 교체 공사를 벌였고, 최근 외부조명 장식까지 교체했다.
어느 곳이 만찬장으로 정해지더라도, 참석자와 진행방식은 미리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통역만 배석하는 간단한 단독 회담 및 환담에 이어 배석자가 함께하는 ‘친교만찬’이 이어진다. 친교만찬에는 양 측에서 두명씩 동석하는 것으로 양해가 된 상태다. 미국은 일찌감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참석을 발표한 상태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수행원 가운데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합석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부장은 중요 자리에서 오빠인 김 위원장을 근접 보좌하는 인물로, 베트남 현지 언론은 그의 베트남 방문 여부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 만찬 행사이긴 하지만 8개월 만의 재회인 만큼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한 양 정상의 재회 세리머니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처럼 형식은 부드럽겠지만, 그 결과 내지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2차 정상회담의 모든 것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실무협상이 거의 마무리 된 상황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빠진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좋은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결단만 남겨 놓고 갖는 만찬 자리라는 뜻으로, 2차 정상회담의 결과는 만찬을 마치고 나오는 두 정상의 표정을 통해 미리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교 만찬 테이블에는 베트남 음식이 다수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차 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의 경우 이렇다 할 전통음식이 없어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전통적인 새우 칵테일, 한국 궁중음식인 오이선, 싱가포르 등지에서 많이 먹는 케라부 등이 포함된 한식과 양식, 중식으로 어우러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식과 양식 외 한국의 비빔국수에 해당하는 베트남 음식 ‘분짜’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과거 베트남 왕들의 수라상에 오르던 공작새 모양으로 멋을 낸 후에(Hue) 음식도 거론된다.
만찬을 전후해 영빈관과 인접한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들이 공연을 함께 관람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당국은 양 정상의 베트남 방문에 대비해 지난 21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달 말까지 오페라 하우스를 비워 놓고 있다.
한편 28일 예정된 공식 회담은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다. 1차 싱가포르 회담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단독 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 업무오찬, 공동성명 서명식 등 최소 4차례 더 마주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지난해처럼 두 정상이 호텔 내 정원을 함께 산책하는 이벤트성 행사도 예상하지만, 전날 친교 만찬을 가진데다 1901년에 지어진 이 건물이 내부 복도는 물론 정원까지 비좁은 걸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는 생략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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