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3년 제작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고려 청자의 기원을 알려주는 청자 항아리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이화여대 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제273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1910년 존재가 처음 알려졌고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장가에게 넘어갔던 것을 이화여대가 1957년 구매했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항아리는 고려 때 선대 임금 제사 용으로 제작한 왕실 제기(祭器)다. 높이 35.2㎝에 몸체는 유선형으로 곧게 서 있으며 무늬는 없다. 바닥면에는 ‘순화사년 계사 태묘제일실 향기 장최길회 조’라는 글씨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993년 태묘 제1실 향기(제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순화’는 송나라 태종이 사용한 네 번째 연호로, 순화 4년은 993년이다. ‘태묘’는 역대 임금을 모신 제사당이다. 황해도 개풍군의 태묘 제1실은 태조 왕건과 왕비의 신주를 봉인한 곳이다.
항아리는 제작 시기, 용도, 사용처, 제작자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 남아 있는 초기 청자 중에는 드물게 크기가 크며, 양질의 바탕흙을 사용했다. 선명한 푸른색이 아니라 백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청자가 맞다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항아리 형태와 특징이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1989~1990년 황해도 배천군 원산리 2호 가마터에서 출토한 ‘순화3년명 고배(굽다리접시)’와 유사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북한 청자 가마터와 비교 연구해 한국 청자 생산의 기원에 대해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통일신라부터 고려 초기에 제작된 유물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금속공예품과 도자류 18점)와 고려ㆍ조선시대 금속활자로 찍은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 6’(원나라에서 시행된 과거시험의 합격 답안을 주제 별로 분류ㆍ편집한 책)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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