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농지를 상속받았다면 농사를 직접 짓지 않아도 처분할 필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耕者有田ㆍ농사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원칙에 예외를 둔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신모 씨가 부산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난 농지처분 의무통지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신씨는 2008년 부산 강서구 소재 농지 2,158㎡(약 653평)을 상속받아 공장용지 및 물건적재용 땅으로 썼다. 강서구청은 2015년 농지이용 실태조사를 거쳐 신씨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구청은 “농지법 10조 1항(농업에 사용하지 않는 농지는 처분해야 한다)을 위반했다”며 해당 농지를 처분하라고 통지했으나, 신씨는 상속받은 농지의 경우 1만㎡(3,025평) 이하 농지는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농지법 7조 규정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이 다툼은 재판으로 이어졌고 1ㆍ2심은 경자유전 원칙을 들어 “상속으로 적법하게 취득한 1만㎡ 이하 농지라도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거나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며 구청 쪽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상속으로 취득한 1만㎡ 이하 농지에 대해서는 농지 처분 의무가 생기는 농지법 10조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경자유전 원칙이 훼손될 우려에 대해 “재산권 보장과 경자유전 원칙의 조화는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법원이 고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봉건적 대토지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원칙이다. 하지만 농촌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대규모 농지의 임대차를 통한 기업영농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비판론이 비등하기도 했다. 다음 헌법개정에서 이 원칙을 재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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