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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직역과 의역 사이

입력
2019.02.25 18:00
수정
2019.02.25 18: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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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문장을 해석할 때면 단어 의미에 충실한 직역을 할지, 전체 문장 취지를 살린 의역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접할 때 그런 고민은 더 잦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어 구사가 초등생 수준이라지만, 직역과 의역에 따라 뜻의 거리는 아주 멀다. 지난 15일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핵ㆍ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는 직역은 ‘스몰딜’ 해석으로 이어졌고, 다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낮춘 발언으로 확대됐다.

□ 그러나 의역을 하면 “우리가 실험을 볼 일은 없다”는, 다시 말해 북한이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 된다. 미 주요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이 발언이 국내에서 논란이 된 배경에는 이런 해석 차이가 있다. 트럼프의 20일 기자회견에서도 유사 상황이 빚어졌다.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면에서 의미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북한이 먼저 양보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돼 보도됐다. 전체 문장을 따라가면, 제재해제를 위해 북미가 어떤 협상과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가 된다.

□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월 폭스뉴스에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인의 안전보장에 있다”고 한 말도 스몰딜 논쟁으로 비화했다. ‘안전보장’이란 큰 틀에서 비핵화를, 좁게 해석하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인 스몰딜을 가리킨다. 어느 한쪽으로 몰아 가기 어려운 이 발언에 과잉 해석을 한 것이 역시 문제였다. 스몰딜은 동맹인 한국 일본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것이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불신하는 한 이유가 된다.

□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한 우리 국회의원들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면담한 결과를 전했는데, 내용이 딴판이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북한이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를 원하고 있다’고 펠로시 발언을 전하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북한의 의도는 완전한 비핵화인가, 아니면 비무장화인가?’가 펠로시의 진짜 발언이라고 했다. 한 자리에서 같은 말을 들은 의원들의 판이한 해석은 소식을 접한 서울에 혼란과 불편함을 더했다.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 할 숙제에는 논란의 ‘영어 독해’에 정답을 제시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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