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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입구이자 중국 포함한 4자협정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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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입구이자 중국 포함한 4자협정 디딤돌

입력
2019.02.26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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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서밋 의제 분석] <중> 체제보장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의미’ 평화는 비핵화 따른 직접 보상 

 북미 합의 도출되면 협정 용이… 중국도 반대할 이유 없어 

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파르크 호텔에서 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하노이=연합뉴스
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파르크 호텔에서 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하노이=연합뉴스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북미가 함께 노력한다.’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두 번째 항이다.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1항)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3항)로 넘어가려면 핵 무기라는 자위 수단을 잃게 될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데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런 합의가 가능했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실제 북미 협상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 중지를 의미하는 평화는 비핵화의 직접 보상으로 통한다. 이번 하노이 서밋에서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 진일보를 이뤄낼 수 있느냐가 한반도 정세 안정의 핵심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전문가들이 이번 협상의 성공을 위해 반면교사로 꼽는 게 리비아 사례다. 리비아는 미ㆍ영과 비밀리에 접촉하며 2003년 12월 자발적으로 핵 포기를 선언하고 이듬해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받았다. 그 결과 같은 해 9월 미국이 제재를 해제했고, 2006년에는 대미 국교까지 정상화했다. 그러나 서방의 공격으로 2011년 카다피 정권은 붕괴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5일 “리비아 정권이 무너진 건 북미관계로 치면 1ㆍ3항이 최종 완성됐지만 결국 2항의 평화체제가 보장되지 않아서였다”며 “북한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꺼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항이 북한은 물론 미국에게도 양측 협상 결과를 준수할 의무를 부여하는 견제 장치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추진 일지 및 시나리오/ 강준구 기자/2019-02-2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추진 일지 및 시나리오/ 강준구 기자/2019-02-25(한국일보)

북한 체제 보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입구’ 역할로는 종전(終戰)선언이 주로 거론된다. 종전선언이라는 디딤돌을 놓아야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건너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평화협정을 맺고 종국적으로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종전선언은 그간 남북, 북미 간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 과소비되면서 의미가 바랜 감이 없지 않다. 2007년 10ㆍ4 선언에서도 남북 정상은 ‘평화체제 구축과 3자 또는 4자 정상 간 종전선언 추진 협력’에 합의했지만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경색돼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연내 종전선언’을 호소하며 불을 지폈지만 미국 내에서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라는 인식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이슈화한 북미 간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목의 징검다리 같은 정치적 성격”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선언이 발표되거나 협의체 구상 제안 등에 합의하면 ‘빅 프로세스’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황으로는 하노이 서밋에서 2항과 관련해 진전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종 합의문에 담기는 게 북미 간 양자 선언 형태일지, 아니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남ㆍ북ㆍ미ㆍ중 4자 협의체 같은 플랫폼이 구성되는 형태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진다면 한걸음 더 나아간 결과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해 9ㆍ19 남북 군사합의로 사실상 남북 간의 종전 합의가 이뤄진 만큼 북미 간 합의가 도출되면 평화협정 체결이 용이해질 것”이라며 “한반도 안정을 원하는 중국도 사실상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한반도 평화체제로 이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스티븐 크래스너 스탠포드대 교수가 “국제관계의 일정한 영역에서 행위자들이 공통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일련의 원칙ㆍ규범ㆍ규칙ㆍ의사결정과정”이라고 ‘레짐’(체제)을 정의했듯 평화체제가 정착하려면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 협력과 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에서 북미ㆍ북일ㆍ미중 등 국가 간 적대관계 요인이 해소돼야 하는 것은 물론, 안보ㆍ경제ㆍ문화ㆍ환경 등 복잡다단한 체제도 구축돼야 한다. 김동엽 교수는 “지금까지 정전협정 체제의 기능이 소극적 의미의 ‘평화 유지’였다면 앞으로 평화협정 체결 과정은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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