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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호찌민처럼’ 향수 불러일으키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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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호찌민처럼’ 향수 불러일으키는 김정은

입력
2019.0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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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8년 할아버지 하노이 방문과 닮은꼴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 전용 차량에 탑승한 뒤 환영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 전용 차량에 탑승한 뒤 환영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하노이 방문은, 여러 면에서 60년 전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북한 주석의 하노이 방문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 ‘다낭’이 아닌 ‘하노이’를 선호한 것부터 이번 회담을 통해 김일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과거 김 주석의 하노이 방문 때와 유사한 경제 시찰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58년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고 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58년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하노이 방문 루트는 60년 전 할아버지인 김 전 주석의 하노이 방문 루트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김 전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호찌민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났는데, 현재 김 위원장처럼 중국 내륙을 가로질러 하노이로 향했다. 북한이 김 전 주석의 하노이 방문 이듬해인 1959년 발간한 저서 ‘영원한 친선’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평양을 출발해 ‘단둥-심양-톈진-베이징-우한-광저우-하노이-창사-항저우-상해-우한-베이징-톈진-심양-단둥’을 거쳐 다시 평양으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평양을 출발해 ‘단둥-선양-톈진-정저우-우한-창사-난닝-핑샹’을 거쳐 베트남 동당역에서 내려 전용 차량으로 하노이까지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고, 최단 거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책 ‘영원한 친선’에 드러난 김일성 북한 주석의 베트남 하노이 방문 경로. 이한우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제공
북한의 책 ‘영원한 친선’에 드러난 김일성 북한 주석의 베트남 하노이 방문 경로. 이한우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제공

김 전 주석의 첫 번째 하노이 방문 기간은 1958년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였다. 베트남 현지 매체인 ‘징’에 따르면 김 전 주석과 북한 대표단은 당시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의 궁에 머무르는 등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김 전 주석은 하노이 방문에서 사회주의 경제를 대표하는 장소와 군사 시설을 주로 찾으며 양국의 우호 관계를 다졌다. 베트남∙북한 우호협동조합과 방직 공장을 둘러봤고, ‘마이직’에 있는 국립묘지를 찾았다. 군사 박물관을 찾아 장군, 고위 장교들과 함께 군사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군사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북한과 베트남의 이 같은 역사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도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경제시찰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타고 온 열차가 정차해 있는 베트남 동당역이 3월 2일까지 폐쇄되는 것을 고려하면 북미간 정상회담이 끝나는 28일 이후에도 베트남 내 추가 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주석은 1958년 11월 28일 하노이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과 나란히 앉아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보았는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 장면을 재연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 오페라 하우스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장으로 거론되는 메트로폴 호텔 근처에 위치한다.

김일성(가운데 소파 맨 오른쪽) 북한 주석이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과 하노이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김일성(가운데 소파 맨 오른쪽) 북한 주석이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과 하노이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이한우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베트남 방문이 김일성과 호찌민이 만났던 장면을 수 십 년 만에 재연하는 의미도 있다”며 “북한은 이번 방문으로 베트남과 전통적 우의 관계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그간 소원했던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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