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할아버지 하노이 방문과 닮은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하노이 방문은, 여러 면에서 60년 전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북한 주석의 하노이 방문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 ‘다낭’이 아닌 ‘하노이’를 선호한 것부터 이번 회담을 통해 김일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과거 김 주석의 하노이 방문 때와 유사한 경제 시찰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이번 하노이 방문 루트는 60년 전 할아버지인 김 전 주석의 하노이 방문 루트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김 전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호찌민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났는데, 현재 김 위원장처럼 중국 내륙을 가로질러 하노이로 향했다. 북한이 김 전 주석의 하노이 방문 이듬해인 1959년 발간한 저서 ‘영원한 친선’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평양을 출발해 ‘단둥-심양-톈진-베이징-우한-광저우-하노이-창사-항저우-상해-우한-베이징-톈진-심양-단둥’을 거쳐 다시 평양으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평양을 출발해 ‘단둥-선양-톈진-정저우-우한-창사-난닝-핑샹’을 거쳐 베트남 동당역에서 내려 전용 차량으로 하노이까지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고, 최단 거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주석의 첫 번째 하노이 방문 기간은 1958년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였다. 베트남 현지 매체인 ‘징’에 따르면 김 전 주석과 북한 대표단은 당시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의 궁에 머무르는 등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김 전 주석은 하노이 방문에서 사회주의 경제를 대표하는 장소와 군사 시설을 주로 찾으며 양국의 우호 관계를 다졌다. 베트남∙북한 우호협동조합과 방직 공장을 둘러봤고, ‘마이직’에 있는 국립묘지를 찾았다. 군사 박물관을 찾아 장군, 고위 장교들과 함께 군사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군사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북한과 베트남의 이 같은 역사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도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경제시찰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타고 온 열차가 정차해 있는 베트남 동당역이 3월 2일까지 폐쇄되는 것을 고려하면 북미간 정상회담이 끝나는 28일 이후에도 베트남 내 추가 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주석은 1958년 11월 28일 하노이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과 나란히 앉아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보았는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 장면을 재연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 오페라 하우스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장으로 거론되는 메트로폴 호텔 근처에 위치한다.
이한우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베트남 방문이 김일성과 호찌민이 만났던 장면을 수 십 년 만에 재연하는 의미도 있다”며 “북한은 이번 방문으로 베트남과 전통적 우의 관계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그간 소원했던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