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하차 유력한 종착역… 이례적 풍경에 주민들 몰려들어
“No.”
사흘 동안 특별열차에서 지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첫발을 디딜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베트남 북부 랑선성의 동당역. 25일 오후 기자가 동당역 가까이로 접근하자 제복을 입은 남성은 ‘안 된다’고 짧게 말한 뒤, 몸을 가벼이 밀쳤다. 휴대폰을 꺼내려고 하자, 카메라 렌즈를 가리기도 했다. 동행한 베트남 현지인에게 그는 “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길 건너편으로 건너가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의 최종 종착지를 베트남과 북한 정부 모두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동당역에서는 김 위원장이 차량 환승을 위해 하차하지 않는다면 설명할 수 없는 실무 작업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철로와 역사 사이에 놓인 하차장에 레드카펫을 깔고, 카펫 양 옆으로 꽃 장식을 했다. 열차와 지면을 약 30도 기울기로 연결하는 하차장은 하차 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차장의 안정성 등을 시험하듯 수차례 걸어보는 관계자의 모습도 보였다. 역사 안쪽으로는 대형 화분이 곳곳에 설치됐다. 수일 전부터 진행된 건물 내외부 페인트칠은 마무리된 듯했다.
동당역 주변으로는 제복 차림의 경찰, 군인들이 배치돼 취재진은 물론, 일반인의 역사 출입을 막았다.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폭발물 탐지 작업도 전날 진행됐다. 중국 국경에서 4㎞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에 펼쳐진 이례적인 풍경이 신기한 듯, 역 주변에 몰려들어 기념촬영을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인근 도로도 정비에 한창이었다. 베트남 국기가 동당시 전역에 걸렸고, 도로 양 옆 화단을 가꾸는 인부들의 모습도 보였다. 일부 상점은 ‘종교 행사’, ‘국가 행사’를 이유로 문을 닫기도 했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도 제법 볼 수 있었다.
동당역에서 약 170㎞ 떨어진 하노이로 향하는 도로 위에도 이상 징후들은 포착됐다. 도로 곳곳엔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배치돼 있었고, 금속탐지기를 들고 도로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이 도로와 인접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행동까지는 통제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일부는 주민들과 이따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와 동당역을 잇는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하노이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동당역보다 14㎞ 앞선 랑선역에서 회차한다.
또 26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국도 1호선 동당시~하노이 약 170㎞ 구간에 대한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앞서 25일 오후 7시부터는 10톤 이상 트럭 및 9인승 이상 차량의 통행이 우선적으로 제한된다. 현지 언론 보도와 동당역 인근에서 포착되는 정황들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동당역에 하차한 뒤, 특별열차에 싣고 온 방탄차량을 이용해 하노이에 입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이 차량을 이용, 하노이로 이동할 경우 도로 전면 통제는 필수적인 조치로 보인다. 왕복 2, 4차선이 혼재한 국도 1호선 도로에선 대형 트럭부터 오토바이까지 운행되고 있는 데다,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반대편 차선을 넘나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길을 가로질러 걷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베트남 주민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보기엔 차량 이동이 더없이 좋은 방법일 듯하다. 도로와 불과 10~2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택, 상점들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내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도로 양 옆으로 논, 밭이 펼쳐진 구간도 있다.
도심과 비교할 바는 아니나, 첨단산업단지인 박린성 부근에서는 고속도로, 다리 등 인프라와 함께 대형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어 베트남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랑선성=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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