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실무협상 진전 기대하지만, 세계가 요구하는 것보다 느릴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희망하면서도 회담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실무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두고 북미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과 함께 인적 교류 등의 상응조치를 거론했으나, 경제 제재는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에 대해 “이번 주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 진전’, ‘큰 진전’ 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다른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 이번 주에 모든 것을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여 북한과의 실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시사했다. 그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이것은 복잡한 과정"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이 일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이지만 세계가 요구하는 것보다는 느릴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을 피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이 핵 위협으로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북미 관계에 낙관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핵 위협을 인정하면서 신중을 기하는 셈이다. 그는 한반도 전문가와의 사적인 논의에서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것의 60%만 해체하는 데 동의해도 행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는 그것만 해도 다른 전임 행정부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협상 세부 상황에 대한 언급을 피하긴 했으나, 경제 제재는 유지하되 안전 보장과 인적 교류 등 비경제 분야의 보상 카드로 북한과 협상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대북제재 완화 기준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상당한 위협 감소'로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에 "변화는 없다"며 "북한이 무역을 하고 부를 창출하는 일을 막는 핵심적인 경제 제재는 틀림없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가 핵심 제재라고 부연하면서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가 이러한 제재 완화의 기준임을 지속적으로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다. 인적 교류 같이 북한이 제재를 받는 다른 많은 것들이 있다”며 이를 보상 조치로 제공할 뜻을 드러냈다. 그는 또 "우리는 기꺼이 북한의 '안전보장'(security assurances)을 확실히 해주겠다는 점을 김 위원장과 공유했다"며 "그들은 중국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 적절한 방식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이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측 요구사항과 관련해서는 “우리 팀은 오늘도 현장에서 두 나라 사이의 진전을 향한 로드맵을 발전시키기 위한 길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비핵화를 향한) 진짜 조치, 가시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로드맵을 짜면서 가시적인 첫 조치를 끌어내는 데 이번 회담의 목표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NYT는 “하노이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최대 도전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핵 포기의 시간표를 끌어내는 것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하노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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