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앞두고 “평화 흐름 저해 말아야” 항의
선전매체는 “올바른 협상 자세 가져야 유익” 기싸움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력 확보와 대미 단속을 위해 애쓰고 있다. 자기들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한 만큼 미국도 상응하는 평화체제 전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평화 흐름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 제하 개인 명의 논평에서 열흘 전 미 해군 7함대 지휘함인 블루릿지호(1만9,600톤급)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사실을 언급하고, “대화와 전쟁 연습, 평화와 군사적 적대 행위, 관계 개선과 군사적 압박은 결코 양립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북남관계, 조미(북미)관계를 망탕(마구) 다룬다면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다.
“남조선에서의 무력 증강과 전쟁 연습은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뗀 조미관계와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에 배치되는 위험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신문은 “전술기함본부, 합동작전본부, 합동정보본부, 상륙군작전지휘소를 갖추고 있는 대형 함선인 블루릿지호가 ‘교류협력과 우호 증진’을 위해 남조선에 들어왔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고 상기시켰다. ‘하노이 서밋’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반대급부 중 하나가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과 미군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중지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청자(聽者)는 주민들만이 아니다.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도 같은 날 논평에서 블루릿지호의 부산 입항 소식을 거론하며 미국과 한국 군부가 “조미 수뇌회담을 앞두고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도수(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날 대외 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미국에 은근히 기 싸움을 걸었다. 미국의 자세에 협상 성패가 달렸다는 식이다. ‘조미관계의 정상화는 시대의 요구’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에서 “조미 두 나라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수십년 간 지속되어 온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 개선을 확약하던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신들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는다는 ‘4불(不)’ 원칙을 천명하는 한편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와 6ㆍ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 비핵화 및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주동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색을 내면서다.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과 실천 행동은 정세 국면 전환을 위한 일시적 방책이 아니라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국제사회 앞에 지난 중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기들은 문제가 없고 할 만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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